금리가 오를수록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이자가 높아져 기존 채권의 매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이런 통념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가 올랐는데도 미국 지방채로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의 물가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경제가 예상보다 잘 버티자 미 연방준비제도는 9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로 높였다. 2023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8월 말부터 시장의 관심은 미국 소비 동향으로 옮겨갔다. 각종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는 가운데 숫자만큼 중요한 것은 시장의 ‘분위기’다. 특히 투자자들이 실제로 어디에 돈을 넣고 있는지를 보면 시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김지윤 기자
그런데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지방채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하이일드 지방채, 즉 일반 지방채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대신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지방채가 그렇다. 9월 16일 기준 하이일드 지방채는 연초 이후 0.0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으로 대부분의 주요 채권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채는 주정부와 지방정부 등이 병원·유료도로·주거시설 같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하이일드 지방채는 대부분 해당 사업에서 나오는 수입이나 상환 용도로 따로 걷는 특별세로 원리금을 갚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일반 재정과는 분리돼 있다.
올해 들어 지방채 시장에 약 700억 달러가 유입됐다. 투자상품 분석기관 리퍼(Lipper)에 따르면 199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하이일드 지방채에도 96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방채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세제 혜택이다. 미국에서는 지방채 이자에 연방소득세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아 미국 투자자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다만 이런 세제 혜택이 한국 투자자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이일드 지방채는 다른 채권보다 평가가 까다롭다. 현재로서는 하이일드 지방채 중에서 금리 변화에 덜 민감한 쪽에 투자하는 전략이 감수하는 위험에 비해 충분한 보상을 제공한다고 본다.
금리가 오른다고 모든 채권이 같은 운명을 맞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금리뿐 아니라 수익과 위험을 따져 돈을 옮긴다.
투자자에게 시사점은 금리가 오르느냐 내리느냐만 바라보기보다 그 금리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돈이 실제로 어디로 움직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숫자 뒤에 있는 돈의 흐름은 때로 투자자들의 생각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