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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목의 문화노트] 명분없는 전쟁, 참극만 남는다

중앙일보

2026.09.22 08:10 2026.09.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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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목 문화선임기자

정현목 문화선임기자

올여름 극장가에서 ‘오디세이’ 열풍 때문에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영화들이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전쟁 영화 ‘워페어’(8월 19일 개봉)다. 배경은 2006년 이라크 라마디. 미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소대가 야간에 도심 2층 주택을 점거한 뒤 정찰·저격 거점으로 삼는다. 집안에 날아든 이라크 반군의 수류탄에 부상자가 발생하자 소대원들은 주변 작전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들의 상황 또한 급박하다. 가까스로 도착한 장갑차에 타려는 순간, 사제 폭탄이 터져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그들은 다시 집안에 갇힌다.

부상병들은 고통에 못 이겨 “모르핀을 주사해달라”고 절규하고, 반군의 공세는 더욱 거세진다.

전쟁의 참상을 그린 영화 ‘워페어’의 한 장면. [사진 메가박스중앙]

전쟁의 참상을 그린 영화 ‘워페어’의 한 장면. [사진 메가박스중앙]

영화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를 연출한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실제 라마디 전투에 참전했던 레이 멘도사와 함께 만들었다. 극영화라기보다는 그날의 지옥 같은 시간을 재현한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엔 영웅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전투의 참상을 선혈이 낭자한 날 것의 고통으로 그려낸다. 총성과 교신음, 거친 숨소리와 비명은 관객을 전장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다.

영화는 좁은 방에 갇힌 채 극한의 공포에 떨었던 두 가족의 비극 또한 비중 있게 보여준다. 이들은 집을 폐허로 만들고 도망가는 무도한 침입자에게 울부짖는다. ‘Why, Why, Why?(도대체 왜?)’ 미군들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한다. 이 짧은 대사는 세상을 향한 감독의 묵직한 질문이다. 젊은 군인들이 왜 이역만리 땅에서 죽어가고 있으며, 민간인들의 참혹한 상흔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도대체 이 전쟁은 무슨 명분이 있는가.

나중에 밝혀진 것처럼 이라크 전쟁은 아무런 명분 없는 침공이었다. 전쟁의 근거로 내세웠던 ‘대량 살상 무기’는 이라크 땅 어디에도 없었다.

이유 모를 전쟁은 지금도 중동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개전의 이유가 뭔지조차 잊히고 있는 이란 전쟁은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와 함께 전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영화 속 부상병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 하룻밤 새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민간인들의 절규가 귓가에서 쉬이 떠나지 않는다. 국내에선 호르무즈 파병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의 생명은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워페어’를 공동 연출한 멘도사 감독의 기획 의도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전쟁을 일으키는 결정권자들에게, 그 참혹한 부름에 응답하는 건 주로 미국의 청춘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었다.”





정현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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