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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의 시선] 김승원이 알려준 ‘공소취소’ 변경 루트

중앙일보

2026.09.22 08:16 2026.09.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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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사회부장

문병주 사회부장

뜻밖의 복병을 만나 낙마하긴 했지만 ‘증인·참고인 0명’ 인사청문회도 완전 맹탕은 아니었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2030을 중심으로 크게 화제 됐다. 원래 문과생들이 이과생들보다 취업이 잘 안돼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자조적 의미로 쓰인 말인데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 완전히 다른 용도로 바꿨다. 문과면 다 용서해야 한다는 식의 각종 패러디가 확산했다. 법정에서 ‘문과라 무죄’라고 외치는 합성사진까지 나왔다.

낙마 전, 절차 맞는 공정 처리 강조
특검으로 검찰 결론 바뀔 가능성
지휘 없어도 공소청서 취소 가능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적으로 제기한 가족 장애아동 협동조합 의혹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눈물’에 역전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은 공감의 눈물까지 흘렸다. 정작 ‘문송’과 ‘눈물’은 수많은 증인이 청문회장에서 관련 내용을 말하는 것보다 큰 부정적 파문을 낳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당은 일사천리로 청문회 이틀 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해 청와대로 송부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전직 보좌관들이 작성한 성추행 의혹 등이 담긴 탄원서에 물러서야 했다. 세간의 이목이 김 의원 개인적인 치부와 이를 알고도 은폐하려 한 민주당 지도부에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이 왜 똘똘 뭉쳐 그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밀었고, 그가 청문회장에서 예상치 못한 말을 했는지 궁금증도 풀리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만들어진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이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돼서 검사들에게 공소취소를 지휘하거나 ‘조작기소 특검법’에 공소취소 권한을 넣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한데 청문회에서 “국가 권력 행사는 가장 깨끗하고 절차에 맞게,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검사들에게 공소취소하라고 지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나아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조작기소 특검법에 공소취소 권한을 담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인위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청문회에서 야권의 반발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다는 건 사흘 후 명확해졌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조작기소 특검에서)불필요하게 공소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회가 신속하게 특검을 통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민들께 진상을 밝혀 보여드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결과에 따라서 법과 원칙, 상식에 따라 처리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지된 재판을 임기 후 받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없었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공소취소를 앞장서 추진하다가 ‘절차’와 ‘공정’을 내세운 김 의원의 청문회 답변이 겹친다. 목적지는 바뀌지 않고, 루트만 변경됐다. 우선 최대한 일찍 특검을 해서 과거 검찰이 기소한 이 대통령 관련 사건들에 대한 부당 내지 불법적 내용이 있다고 밝히면 된다. 마침 법무부도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사건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니 그 결과를 특검에 넘겨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

최근 종료된 종합 특검의 사례만 보더라도 이전 수사와 다른 결론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종합 특검은 “사초를 쓰는 심정으로 수사를 하겠다”며 전력 질주했던 내란 특검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일부 사안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죄를 묻는 듯한 인상을 줬다. 과거 경력이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난 이들 중심으로 수사인력을 구성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조작기소 특검이 과거 검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낸다면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주지 않더라도 10월 검찰청이 사라진 후 출범하는 공소청에서 공소취소를 할 여지가 생긴다. 굳이 법무부 장관이 공소청 검사를 지휘해 공소취소를 할 필요도 없다. ‘법과 원칙’에 따른 공소취소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법무부 장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아직 불완전한 공소청의 조직 구성과 주요 자리 배치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조작기소 의혹 특검 결과를 가지고 후속 조치를 결정해야 할 직책들이다.

나아가 지금도 청와대와 대법원이 갈등하고 있는 대법관 인선에도 관여하게 된다. 현재 10명으로 구성되는 각 추천위원회에 법무장관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2030년까지 26명으로 늘어나는 대법관 중 22명을 이 정권에서 확정하게 된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들이 공소취소되지 않더라도 퇴임 후 재개될 재판 결과를 최종적으로 내놓을 대법원 재판부 구성에 참여하는 셈이다. 법무부 장관이 누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김 의원이 말한 ‘절차’와 ‘공정’에 동의하는 사람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병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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