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개각 인사의 실패 파문은 되레 확산되는 양상이다. 고위 공직자 인사 추천 및 검증을 총괄하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강 실장이 물러나는 것은 사태 수습의 첫 단추로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인사 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강 실장 사퇴로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 과정만 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전직 보좌관이 청와대에 보낸 긴급 탄원서가 사퇴의 결정적 방아쇠가 됐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탄원서는 대통령 기자회견 전날에 청와대에 전달됐다. 김 전 후보자는 대통령 회견 직후 해당 보좌관을 직접 만나 성추행 의혹 등 폭로 무마를 시도했고, 이때까지 사퇴 의사는 없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탄원서 내용을 청와대와 여당이 뭉갠 것은 아닌지 밝혀져야 한다.
그럼에도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탄원서 관련 질문에 “인사권이 더는 남아 있지 않아 청와대 입장에선 가십”이라고 일축했다. 이것이 말끝마다 “국민에 대한 존중심”을 외치는 청와대의 입장인가. 후보자가 물러났다고 해서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설명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이 강 실장 사의와 맞물려 이른바 ‘성남·경기 라인’ 인사 개입 및 청와대 내부 갈등설까지 퍼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등 이재명 대통령 핵심 측근 그룹이 장관 후보 추천에 깊이 관여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강 실장이 성남·경기 라인과 갈등을 빚다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역시 현지 누나가 훈식이 형보다 더 센 건가”라는 힐난까지 나왔는데, 청와대는 아직 뚜렷한 해명이 없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인사 시스템 재점검을 약속했다. 그러자면 김 전 후보자 탄원서가 어디까지 보고됐고 어떻게 처리됐는지, 성남·경기 라인 인사 개입 의혹은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해야 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를 건너뛴 채 비서실장 교체만으로 넘어가려 하면 인사의 구조적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