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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 동결 대가로 대북제재 해제하자는 대통령 발언

중앙일보

2026.09.22 08:24 2026.09.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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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22일)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동결-감축-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북핵 해법을 소개하면서 동결의 대가로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어차피 효과적이지도 않은 제재와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교환하는 거래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단계적 해법은 이미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2000년대 추진된 6자회담 사례가 보여주듯 실패했다. 북한은 동결의 대가로 보상만 받은 채 뒤로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거나, 동결 검증 과정에서 비협조로 일관하다 판을 깼다. 이 대통령은 “달리는 차의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세워야 한다”고 했지만, 북한은 차를 세운 적이 없다. 이런 접근법은 과거 파키스탄 사례처럼 자칫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미국은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요 제재 해제를 교환하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런데 ‘폐기’도 아닌 ‘동결’의 대가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을 해 온 북한에 선물을 주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중·러가 북한의 뒷문 역할을 하면서 북한이 제재를 이겨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제재 효과가 없다고 보는 건 지극히 단견이다. 제재 자체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인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후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는 이 대통령 인터뷰 공개 하루 전인 21일 뉴욕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재확인됐다. 페이스 메이커에겐 레이스의 방향과 완급을 조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북·중·러 연대 강화로 운동장이 기울어진 상황에서 한 방향으로 빠르게 뛰라고 하는 건 훌륭한 페이스 메이커가 아니다. 정부는 조급함을 버리고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대북 접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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