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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대신 최고급 슈트”…‘문제적 부자’ 김병주는 누구

중앙일보

2026.09.22 13:00 2026.09.2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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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월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깃이 수평으로 넓게 벌어지는 컷어웨이 칼라 아래로, 넥타이 매듭이 도드라져 보인다. 감출 것 없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옷차림의 주인공은 김병주(63) MBK파트너스 회장. 지난 1월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그는 월가 최고급 사르토리아(이탈리아어로 ‘재단소’ ‘맞춤복 문화’를 뜻하는 말) 풍으로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휠체어를 탄 채, 혹은 지극히 검소한 옷차림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던 기존 기업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김병주 회장은 한국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업계 거물이다. 자신의 이름(Michael Byungju Kim)을 딴 MBK파트너스는 운용 자산 325억 달러(약 48조원) 규모의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 PEF 운용사다. 2022년 미국 다이얼캐피털에서 MBK 지분을 인수하며 평가한 기업 가치만 10조 원 안팎에 달하다 보니, 그는 매년 포브스코리아에서 선정하는 한국 50대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뒤를 이어 두 번째 부자로 꼽혔다.

그런 그가 구속 위기에 놓였던 건 홈플러스 때문이다. 2015년 MBK는 부채 포함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국내 M&A 역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투자의 끝이 유달리 엄혹했던 건 ‘홈플러스 사태’라 불릴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던 탓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다 지난 8월 13일 전국 67개 홈플러스 매장이 영업중단 선언 한 달 만에 재개장했다. 부활의 시험대에 오른 홈플러스는 김 회장의 모습과 닮았다. 시장을 개척한 유능한 투자은행(Investment Banker) 뱅커에서 국정감사에 불려 나갈 정도로 ‘문제적 기업인’이 된 김병주. 그의 리더십과 투자 방식은 과연 2026년에도 유효할까?

IB 뱅커가 위기의 한복판에 서는 이유
김병주 회장이 쓴 자전적 소설 『오퍼링스(Offerings)』. 2020년 미국에서 발간됐다. 사진 예스24

김병주 회장이 쓴 자전적 소설 『오퍼링스(Offerings)』. 2020년 미국에서 발간됐다. 사진 예스24

김병주 회장이 직접 쓴 자전적 소설 『오퍼링스(Offerings)』*는 한국계 미국인인 IB 뱅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997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그해 초부터 굴지의 대기업들이 쓰러지기 시작했고, 11월엔 급기야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 금융을 공식 신청한다. 12월 초 550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 지원 합의안이 나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금융기관들이 한국 기업의 부채 만기 연장을 거부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신용 등급을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강등했다. 말 그대로 국가 부도 위기였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등장한 게 김병주 회장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뱅커였던 그는 동료들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이른바 외평채 발행을 한국 정부에 제안한다. 기업 대신 정부가 달러 표시 국채를 발행해 달러를 조달하고, 한국은행을 통해 시중 은행과 기업에 달러를 공급하는 그림이었다. 정부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다음 해 4월 40억 달러 규모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기회를 찾아 위기 한가운데로 돌진하는 것, 그것이 바로 IB 뱅커의 숙명이다. 거기서 그들은 판을 설계한다. 위기에 놓인 기업이나 정부도, 여기 투자하는 투자자도, 그리고 딜을 만든 뱅커 자신도 거부할 수 없는,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판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불나방처럼 위기를 찾아다닌다. 11세에 미국으로 이민 간 김 회장이 1997년 부도 상태의 고국으로 돌아온 것처럼.

위기 가운데엔 늘 기회가 있지만, 매번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김 회장 역시 홈플러스로 위기에 처했다.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감을 키운 사건이었다. 대중의 분노는 정부와 국회를 움직였다. 일명 ‘MBK 방지법’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도 IB 뱅커들은 왜 위기의 한가운데로 달려들까?

(계속)

김병주는 기업의 구원자인가, 파괴자인가. 나머지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4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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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언.장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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