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지난해 4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란 사실을 예상하면서도 단기 채권을 판매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긴 혐의를 받는다. 뉴스1
‘홈플러스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혁)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지난해 4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이후 19개월 만의 일이다. 중앙지검은 오는 10월 2일 공소청 출범 전 처분을 목표로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이 사건은 홈플러스가 지난해 2월 신용등급이 강등(A3→A3-)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단기채권을 판매한 뒤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고소당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고소장은 채권을 판매·발행을 맡은 신영증권·하나증권 등 4개 증권사가 제출했다.
━
檢 수사 확대했지만 "소명 부족" 영장 기각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들은 '홈플러스 사태'의 정점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있다고 주장하며 사기 혐의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연합뉴스
고소 대상엔 홈플러스뿐 아니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 경영진도 포함됐다. 김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등이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흘 전 총 82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판매한 배후에 MBK 경영진의 암묵적 승인이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전단채 투자 피해자들 역시 그간 “김병주 회장이 이번 사태의 최윗선이고 김광일 부회장과 조주현 홈플러스 대표가 공동정범”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MBK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전단채 발행 과정에 MBK 측의 직접적 지시나 승인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지난해 4월 김 회장과 김 부회장을 포함해 MBK·홈플러스 경영진의 주거지 및 회사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한 달 뒤 김 회장이 영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자 곧장 2차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 한 달만에 홈플러스와 MBK 본사 및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 1월 김병주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뉴스1
검찰은 약 9개월의 수사를 거쳐 지난 1월 김 회장 등 MBK·홈플러스 경영진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 하락 사실을 예상하고도 이를 숨겼고, 기업회생절차까지 계획한 상태 단기 채권을 발행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실과 위험을 떠넘겼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사건의 피해가 매우 중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영진에게 구체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의미였다.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검찰 수사는 급제동이 걸렸다.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중앙지검 지휘부에선 “김병주 회장의 혐의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증거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팀에서 지휘부를 설득한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결과적으로 영장이 기각되며 수사 방향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해졌다.
━
사건 재배당 "객관적 시각으로 판단"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월 홈플러스 사건을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했다. 뉴시스
박철우 중앙지검장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사건을 기존 반부패수사3부에서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했다. 새로운 수사인력을 투입해 사실상 보완수사에 가까운 방식으로 증거관계와 법리를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중앙지검은 재배당 사유에 대해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바 있어 새로운 부서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새 수사팀은 MBK·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수사 내용을 전제로 그 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신용평가사와 채권 발행 관계자, 채권 투자 피해자 등을 재차 소환해 조사하며 사실관계도 검토했다.
사건을 재배당받은 반부패수사2부에선 홈플러스가 단기자금을 조달해 경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단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기망 행위가 있었던 정황을 상당수 포착했다. 특히 검찰은 김 회장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유지를 위해 2024년부터 조작된 재무 자료를 신용평가사에 제출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의심했다.
━
이정현 대행, MBK 사건 보고받고 최종 결론
지난 1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는 김병주(오른쪽)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연합뉴스
하지만 김 회장이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손실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채권 발행을 직접 지시했는지에 대해선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명확지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지난 10일 김 회장을 소환해 조사한 이후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해야 한다는 잠정 결론에 이르렀다.
김 회장을 비롯한 MBK·홈플러스 경영진에 대한 최종 처분은 23일 전보된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의 결재에 달려있다. 중앙지검은 홈플러스 사태를 주요 사건으로 분류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 대행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당초 대검은 중앙지검 수사팀의 잠정 수사 결론을 보고받았지만, 검찰총장과 총장 대행 모두 공석인 상태에서 구체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