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반드시 물어야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누구나 궁금해하고, 답변 그 자체로 기사의 제목이 되는 질문. 임창용(50) 선수를 만날 때도 그랬다.
그의 삶은 영광과 시련이 교차했다. 화려한 순간만큼 견뎌야 했던 일이 많았다. 그에게 물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인가.”
도박을 예상했다. 법정을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 팬더TV 방송이라고 들어봤나. "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팬더TV는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이다.
" 여자 BJ 나와서 벗방하고 그런 회사와 계약한 적이 있다. "
선정적인 방송으로 알려진 그곳에서 한때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투수가 개인 방송을 했다는 얘기였다. 기간은 3개월 남짓. 2021년 초였다.
" 왜 하게 됐나. "
" 돈이 된다고 하더라. 내가 힘들었을 때니까. 한번 해보자 하고 했는데…. "
은퇴하고 2년쯤 지났을 때였다. 임창용은 집에 돌아오면 혼자 방송을 준비했다. 조명을 설치하고 컴퓨터를 켰다. 팬더TV에 접속해 아이디를 입력하면 방송이 시작됐다. 구독자들에게 알림이 갔다. 하나둘 들어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후원금을 보냈다.
2021년 3월 24일 인터넷 플랫폼 '팬더TV'에서 개인 방송 중인 임창용. 이날 한 팬은 '별풍선' 1만 개(1개당 100원)를 선물했다. 임창용 제공팬더TV 블로그 캡처.
묘한 장면이었다. 한때 수만 관중이 지켜보는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가 집 안에서 혼자 조명을 켜고 사람들을 기다렸다.
돈은 꽤 됐다. 임창용의 기억으로 3개월여 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후원금만 3억~4억원이었다. 그중 절반은 플랫폼이 가져가고, 5%는 팬더TV 매니저의 몫,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45%였다고 했다. 큰돈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 방에서 ‘회장’ ‘부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하듯 후원금을 쐈다.
돈이 필요해서 시작했고, 실제 돈도 벌었다. 그런데 임창용은 석 달 만에 방송을 접었다.
" 정말 저를 좋아해 줬던 분들, 팬분들, 괜히 그런 분들 돈을 뜯어내는 것 같고…. "
정적이 흘렀다.
" 기분이 안 좋았다. 도저히 못 하겠더라. 그때만큼 나 자신이 초라하고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
2014년 야구 전문 잡지에 실린 임창용의 표지와 화보. 미국 무대 도전을 마치고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온 임창용은 당시 국내 복귀와 함께 다시 주목받았다. 본인 제공.
그동안 참회(1화), 도박(2화), 사기(3화)를 키워드로 임창용의 삶에 다가갔다. 이번 편은 그의 돈과 자존심에 관한 탐구다.
취재가 이어질수록 한 가지 궁금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때 일본에서 200억원대 계약을 했던 투수가 8000만원이 없어 사기죄로 고소당하고, 은퇴 후 집에서 카메라를 켜고 팬들이 보내는 별풍선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고 무슨 일이 있었나.
실례를 무릅쓰고 돈 이야기를 오래 물었다. 임창용은 불편한 내색 없이 과거를 반추했다. 선수 시절 연봉을 하나씩 계산했고, 돈이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로 나갔는지 들었다. 가족에게 들어간 돈, 지인에게 빌려준 돈, 세금과 빚, 집이 경매에 넘어간 과정, 도박에 들어간 돈까지. 질문은 때로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듯, 임창용의 인생 역시 돈 문제가 설명돼야 많은 부분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임창용이 2018년 프로야구 개인 통산 1000경기 출전을 달성한 뒤 받은 순금 90돈(337.5g)짜리 기념 야구공. 2026년 9월 현재 순금 매입 시세로 환산하면 약 6500만원에 이른다. 박성훈 기자.
임창용의 도박 고백
임창용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간의 사건들이 어떻게 벌어진 것인지 설명하고 도박에 대한 반성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오해도 풀고 싶어 했습니다. 야구와 도박, 돈, 인생…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 임창용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더중앙플러스 ‘임창용의 도박 고백’은 총 5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