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대해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 2026.09.22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 사태를 놓고 여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민의힘이 ‘조희대 지키기’ 총력전에 나섰다. 이를 기화로 지난해 6월 이후 1년3개월째 멈춰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재개 여론전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조 대법원장까지 몰아내려고 한다. 이재명 재판 재개를 막으려는 마지막 발버둥”이라며 “재판 재개는 국민의 명령이고, 국민이 바라는 추석 선물은 이재명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민주당이 대법원 앞으로 몰려간다고 한다. 그런다고 재판 재개를 막을 수 없다”고 적었다. 검사 출신인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은 본인이 원하는 판사를 제청하라고 무리하게 강요해왔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유린한 것”이라며 “내로남불에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재판 받는 사람이 판사를 고르겠다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고 했고,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대통령 마음에 드는 후보를 내놓으라는 뜻이라면 대법관 쇼핑”이라고 논평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김태규 의원도 채널A라디오에 출연해 “무리하게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위원장 등이 23일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관 재제청 거부 관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국민의힘은 명절 연휴 기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 등 청와대 인사 책임론을 포함해 부동산 문제, 안보 문제 등을 이슈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등이 이날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자 국민의힘도 ‘조희대 지키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국민의힘은 나아가 이 대통령의 재판 재개로 불길을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된 후 2심 재판이 중지돼 있다. 이에 내달 3일 대법원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재판 재개를 촉구하는 대규모 장외 집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대법원 인근에도 집회 신고를 해둔 상황”이라고 했다.
개혁신당은 이날 국민 55.3%가 이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대해 잘못된 대응이라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개혁신당 싱크탱크인 개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전국 18세 이상 102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에서 이번 재제청 사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55.3%가 잘못한 대응이라고 답했다. 잘한 대응이라는 응답은 37.9%였다.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요청 거부에 대해선 ‘잘한 대응’ 49.3%, ‘잘못한 대응’ 43.9%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2%포인트) 내에서 재제청 요청 거부에 대한 찬성 응답이 근소하게 높았다. 이기인 개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독립적 제청권을 종속시키는 수단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경기도 의정부시 청소년비전센터 십대지기에서 열린 '추석 맞이 청년레드윙 봉사활동'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송편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봉사활동을 통해 민심을 청취했다. 장 대표는 이날 경기도 의정부 소재 기독청소년비전센터를 방문해 “(가정 밖) 청소년들이 사회에 100배, 1000배로 돌려줄 수 있는 큰 사랑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