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트럼프 ‘질주’, 유엔총장 ‘브레이크’…유엔 달군 AI 전쟁, 안보리서 2라운드

중앙일보

2026.09.22 22:4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나세르 부리타 모로코 외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나세르 부리타 모로코 외무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에서 인공지능(AI)의 개발 속도와 규제 방식을 놓고 세계 정상들의 격론이 이어졌다. AI가 가져올 위험에 대비해 국제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과도한 규제가 기술 혁신을 막아선 안 된다는 주장도 거셌다.


━
“규제 말고 개발부터”…AI 질주론

가장 강하게 가속 페달을 밟은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AI를 통제하려는 어떠한 구상도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며 “산업혁명보다 더 큰 것이 될 기술의 성장을 억누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보다 기술 개발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 문서에서 AI라는 명칭을 ‘슈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SI)’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인공’이라는 표현이 지능을 가짜처럼 들리게 한다면서다.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사기라고 일축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중국과의 AI 경쟁을 위해 규제보다 개발을 앞세우는 미국 정부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문제가 생기면 “법무부를 통해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미 사법당국의 개입 가능성은 열어뒀다.


━
“핵무기처럼 관리해야”…AI 안전장치론

반면 AI 위험을 개별 국가나 기업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냉전 당시 핵무기 경쟁을 예로 들며 “과거 핵무기처럼 이제는 AI 위험에도 (국제사회가) 목적의식을 갖고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강력한 AI 역량을 가진 정부들은 인류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다”며 미·중 등 AI 강국의 위험 정보 공유와 공동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또 독립적인 감독을 받는 다자 AI 위험관리 체계도 제안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계기 중동 평화 행사에서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계기 중동 평화 행사에서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칼릴루르 라흐만 유엔총회 의장도 개막 연설에서 범용인공지능(AGI)이 “인류의 생존 자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AI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AI 개발 자체를 늦추자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도 국제 기준 마련에 힘을 실었다. 버넘 총리는 AI 발전 속도를 안전장치가 따라가지 못하면 국가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 모두 경고를 들었다. 그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I의 경제·안보상 이익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과 국방 분야 AI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AI와 빅테크를 함께 겨냥했다. 룰라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소수 기업에 기술과 영향력이 집중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AI와 빅테크의 국제적 규제를 촉구했다. 소수 기업이 사실상 AI 규칙을 정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중 어느 쪽에도 기술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제3의 길’을 제시했다. 각국이 컴퓨팅 자원과 투자를 모아 개방형 첨단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는 “누구도 강대국의 속국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독자적인 기술 기반을 강조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도중 쿠바 대표단이 퇴장해 좌석이 비어 있다.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도중 쿠바 대표단이 퇴장해 좌석이 비어 있다. AP=연합뉴스


유엔총회에서 불붙은 논쟁은 23일 안보리의 ‘AI와 국제안보’ 회의로 옮겨간다. 안보리가 AI 위험을 주요 의제로 논의하는 것은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회의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앤트로픽 고위 관계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문샷 관계자 등이 초청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24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는 이어진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0일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AI 사고가 발생하면 미·중이 서로 알리는 ‘AI 안전 통보 체계’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지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