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검색이라는 게 뭔데요?” 중앙일보 61주년 창간기획 ‘AI 발 인류지능 퇴보’ 취재 도중 한 대학생으로부터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학생들은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단어 몇 개만 대면 AI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답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의문문을 만들어 포털에서 답을 찾는 일은 이제 과거가 돼버렸다.
취재하면 할수록 인류가 19세기 후반 이래 처음으로 ‘앞 세대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상황에 처했다’는 심증이 굳어졌다. “매 세대 상승하던 IQ의 첫 하락”(재러드 쿠니 호바스 박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학생의 평균 학업 성취도가 AI 활용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평가 등이 근거다.
국내 일부 대학은 ‘AI 의존에 따른 지능 저하’ 문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주로 피상적인 규제에 그친 인상이었다. 한 수도권 대학은 AI 전면 금지 수업이 약 20%, 전면 허용 수업이 약 30%다. 하지만 학생들의 사고력 확장을 위해 어떤 수업에 AI를 활용하고 어떤 수업에 금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교수의 재량”이라고만 밝혔다.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AI 관련 포럼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학의 국제정치 과목에서는 이번 학기, 그간의 에세이 평가를 없애는 대신 오지선다와 빈칸 채우기 시험을 도입했다. 한 수강생은 “요즘 에세이 과제를 AI를 활용하지 않고 해내는 학생이 거의 없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수업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건 공감하지만,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며 “학생뿐 아니라 교수도 난처한 건 매한가지”라고 했다.
적지 않은 교육·심리학 전문가들이, AI에 지능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종속되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과도한 AI 의존이 자살·범죄행위를 부추긴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이면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데도 우리는 AI가 국가경쟁력이라는 슬로건만 바라본다. 한국은 AI 경쟁력은 세계 3위권, 한 해 9조원의 국가 예산을 AI 기술 개발에 쏟아붓는다. AI 과몰입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는 너무 적은 것 아닐까. 올해 530여 개의 AI 재정사업 가운데 AI 위험성 대비 사업은 2개(14억 예산)뿐이다. 그러니 “AI 기술 진흥만 외칠 뿐, 우리 세대가 AI에 생각을 맡기고 지능을 잃어가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는다”(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AI 산업발전을 거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능·정서 종속은 곤란하다. 지혜로운 공존법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