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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구 金 이현중 “허재와 GOAT 논쟁 과분해, 아직 멀었다”

중앙일보

2026.09.24 01:42 2026.09.24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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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에서 보름달 같이 기분 좋은 금메달을 들어 보이는 이현중. 전민규 기자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에서 보름달 같이 기분 좋은 금메달을 들어 보이는 이현중. 전민규 기자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어요.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평생 따라다니는 업적이잖아요.”

추석 연휴의 시작인 24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에서 만난 한국 농구대표팀의 에이스 이현중은 보름달처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치열한 몸싸움으로 생긴 상처가 양팔 곳곳에 드러났다. 이현중이 이끄는 한국 농구대표팀은 지난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67-57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202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왕좌에 올라서 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특히 조별리그에 이어 일본을 상대로 두 차례 모두 승리하며 이번 대회에서 6전 전승 ‘퍼펙트 우승’을 완성했다. 원정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농구 정상에 오른 것은 안준호 전 대표팀 감독이 현역이던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44년 만이다. 승부처마다 맹활약을 펼친 에이스 이현중에게 명장 유재학 전 현대모비스 감독과 전희철 SK 감독 등이 “이현중은 ‘농구대통령’ 허재와 비견할 만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농구 팬 사이에서도 허재와 이현중을 두고 GOAT(역대 최고) 논쟁이 벌어졌다.

아시안게임 승부처마다 맹활약을 펼친 이현중. 전민규 기자

아시안게임 승부처마다 맹활약을 펼친 이현중. 전민규 기자

모교 삼일중고를 찾은 이현중. 연합뉴스

모교 삼일중고를 찾은 이현중. 연합뉴스

이현중은 “저도 GOAT 논쟁을 봤다. 제가 평소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팬이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영광스럽고 과분하다”면서 “결국 평가는 팬이 해주시는 거다. 나는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한다. 대신 이런 칭찬은 자극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이 된 뒤로 처음 한국에서 맞는 명절인 동시에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한가위”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농구를 한 탓에 추석은 대부분 타지에 있었다. 이번엔 할머니, 이모부 고모부 등 모든 가족 친지의 축하를 받아서 더 뜻 깊다”며 웃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전설의 1군’으로 불리는 최정예를 내보내지 않았다. 하치무라 루이, 가와무라 유키(LA클리퍼스)를 비롯해 대표팀 주전급 선수들도 불참했다. 대신 2진급 선수들이 출전했다. 이에 대해 이현중은 “일본이 베스트 멤버가 아니지만, 대표팀간 경기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승리는 승리다. 현재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이 1군이다. 나오지 않은 2군을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NBA 선수들이 모두 나왔을 땐 쉽지 않은 승부가 됐을 것”이라면서 “일본이 어떤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리든 자신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강팀과 맞붙어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얻었다”고 설명했따.

이현중은 어머니 성정아 대한농구협회 이사의 대를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진기록도 세웠다.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 센터로 활약했던 성 이사는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6년의 시간을 건너 모자(母子)가 아시아 정상에 섰다. 이현중은 “어머니에 이어 나도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 자 금메달리스트라는 의미도 있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우승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일”이라면서도 “어머니는 나를 항상 겸손하게 만드는 분이다. 어머니가 이루신 것에 비하면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최대한 따라가 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4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 대한농구협회 이사(오른쪽). 이현중. 중앙포토

1984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 대한농구협회 이사(오른쪽). 이현중. 중앙포토

공항에 마중 나온 어머니 성정아 대한농구협회 이사(오른쪽)의 축하를 받는 이현중. 뉴스1

공항에 마중 나온 어머니 성정아 대한농구협회 이사(오른쪽)의 축하를 받는 이현중. 뉴스1

이현중은 귀국 직후인 지난 23일 자신의 모교인 수원 삼일중고를 방문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5년간 선수로 몸담은 곳이다. 특히 삼일고는 이현중의 부친인 이윤환 감독이 35년간 농구부 사령탑으로 우수 선수를 배출한 한국 농구의 산실이다. 학교 복도에는 이현중의 얼굴을 보려고 나온 교직원과 학생들로 붐볐고, 이 선수는 사인과 기념사진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하며 화답했다. 또 삼일중 농구부 학생 18명은 따로 만나 “말도 안 되게 큰 꿈을 크게 가지라. ‘나라고 왜 안돼’라고 생각해야 목표에 가까워 진다”고 격려했다.

이현중은 “사실 아버지께서 부르신 것도 있고, 저도 후배들을 만나고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이렇게 행사인 줄 몰랐다. 그런데 레드카펫까지 깔려있더라”라고 말했다. 이현중은 금메달을 딴 뒤 니콜라이스 마줄스(라트비아) 한국 감독과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부임 이후 경기 결과는 물론 내용도 좋지 않아 마줄스 감독은 대회 전까지 줄곧 비판받았다. 이현중은 “마줄스 감독님이 낯선 타지에서 ‘사단’도 없이 홀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그 모습이 과거 해외에 도전했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며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꼭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했다.

우승 후 기뻐하는 이현중(가운데). 뉴스1

우승 후 기뻐하는 이현중(가운데). 뉴스1

그는 이어 “감독님에게 ‘우승 사령탑이 될 자격이 충분하시다’고 축하드렸다. 공항에서도 이동 중에도 상대 전력 분석만 하시는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1년 비보장 계약을 맺으며 미국프로농구(NBA) 재도전에 나섰다. 일본 프로농구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거머쥔 이현중은 짧은 휴식을 마친 뒤 NBA 로스터 경쟁에 뛰어든다.

이현중은 “잘 쉬면서도 출국일이 조금씩 다가온다는 사실이 아쉽다”면서 “목표를 위해 후회 없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이룬 게 너무 없다. 월드컵과 올림픽 무대도 밟고 싶고, NBA를 누비는 등 앞으로 대표팀에서 치르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해 ‘한국 농구가 잘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포부도 남겼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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