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교체 후 벤치로 향하며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제 한 경기일 뿐이다.”
한국축구 사령탑 데뷔전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뒀는데도 로베르트 모레노(49·스페인) 감독은 덤덤했다.
모레노 감독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 평가전에서 3-0 완승을 거둔 뒤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만족스럽다. 선수들과 팬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가족과 함께하는 뜻깊은 연휴에 이런 결과를 선물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도 “하지만 한 경기일 뿐이다. 그 점을 인지하고 훈련하고 준비해나가야 한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 소집 후 3일 정도 훈련한 뒤 승리를 이뤄냈다. 특히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하프타임 때 변화를 준 끝에 3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9분 오현규(베식타시)가 중거리포로 선제골, 후반 13분 손흥민(LAFC)이 환상 프리킥으로 추가골, 후반 40분 이동경(울산)이 침착하게 쐐기골을 터트렸다.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모레노 임시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레노 감독은 “에콰도르는 (북중미) 월드컵에 기대 실점이 가장 낮은 팀으로 알고 있다. 피지컬이 뛰어나고 재능있는 선수가 있고, 남미예선에서 2위나 3위를 기록하는 팀을 상대로 3-0 승리를 만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간을 공략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프타임에 몇가지 작은 조정을 했다. 압박 방식과 후방빌드업을 조정해 공간을 좀 더 찾아내도록 했다. 또 우리 구조를 유지하면서 상대 공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했다”며 “이후는 선수들 재능이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3일간 충분하지 않는 훈련 시간 동안 선수들이 잘 만들어냈다”고 했다.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모레노 임시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킥오프 10분 만에 재킷을 벗어던지고 열정적으로 지시했다. 액션이 큰 장면도 많았다. 모레노 감독은 “머릿속 플랜에 따라 상대가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준비한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위치를 잡고 수비하고 압박해야하는지 전달해야 한다.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우리 코치진은 벤치와 관중석에서 보고 디테일하고 정교한 부분을 발견해 전달하려고 했다”며 “재킷은 날씨가 좋아서 벗었다”며 웃었다.
전력분석관 출신으로 데이터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선수를 실제 경기장에서 보면 데이터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선수들이 전술 시스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0 승리 직후 평가는 조심스럽다. 누구나 좋은 부분만 보는 경향이 있다. 이제 해야할 일은 잘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의 개선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말씀드리기 힘들다. 경기 직후 승리든 패배든 감정이 크게 작용할 수 있어 바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호텔에 돌아가 경기를 세밀하게 분석한 뒤 잘 되지 않았던 부분을 찾을 수 있을거 같다. 패배한 경기에서도 잘한 부분이 있기에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손흥민이 교체 후 벤치로 향하며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무각 프리킥골을 터트린 손흥민이 교체아웃될 때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모레노 감독은 “이전에도 말씀드렸고 앞으로도 원칙을 유지할텐데, 선수들과 대화는 비공개로 해야한다. 팀을 유지하는 원칙 중 하나”라며 “손흥민은 페널티박스에서 스크린 플레이 등 움직임을 훈련하지만, 특정 개인에 대해 얘기하는 건 어렵다. 축구는 개인이 아닌 그룹이자 팀으로 이뤄지며, 앞으로도 특정 선수 한명한명을 평가하는건 어려운 부분”이라는 자기만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날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황인범(포르투), 조규성(미트윌란), 구성윤(서울)을 명단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모레노 감독은 “골키퍼(구성윤)을 제외하고 모두 의료진 경고에 따른 예방 차원이었다. 약간 근육 과부화가 있어서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았으면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 선수 건강이 중요해 기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