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인공지능(AI)의 위험성 관리와 관련, 트럼프는 규제나 속도 조절에 반대해온 가운데 시진핑은 “인간이 AI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오용과 악용”을 함께 막는 방안을 거론했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신화통신이 보도한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시진핑은 회담에서 “국가 통일과 영토 보전을 수호한다는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이처럼 밝혔다. 또 이를 통해 “(미국이)중·미 전략적 협력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견고한 토대를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것을 양국 관계 발전의 전제로 강조한 것이다. 앞서 외신들은 시진핑이 미국에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보류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는데, 관련 사안도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은 “양측 경제·무역 협상팀이 새로 협상을 벌여 공동의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양국 산업계와 국민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좋은 소식”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허리펑 중국 경제부총리와의 회담에서 11월 만료되는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진핑이 언급한 합의가 휴전 2개월 연장인지, 별도의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가 “양국 경제·무역 협상팀이 새로운 협상을 진행해 새로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진핑은 “협력은 양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을 위해서는 협력할 사항을 늘리는 동시에 문제로 남은 사항을 줄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특히 “평등과 존중, 호혜의 정신을 견지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을 수 있다. 양측이 서로에게 다가가고 호혜·상생의 방향을 견지해 중·미 경제·무역 관계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호혜를 거듭 강조한 건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 제한과 관련해 양측 간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시진핑은 “경쟁은 적정한 수준을 지키며, 이견은 관리하고, 평화를 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공존도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계 기업의 기술·핵심 인프라·의료·농업·에너지 등 전략 분야 투자를 국가안보 문제로 보고 제한해 왔다. 중국 자동차·배터리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시진핑이 오전 환영식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하며 “미국도 중국 기업을 공정하게 대우해 달라”고 한 배경이기도 하다.
관심을 모았던 AI와 관련해 시진핑은 “중국과 미국은 모두 AI 강국이다. 양측 사이에는 경쟁도 있지만, 협력은 더욱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서로 경계하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 양측은 AI에 관한 대화를 계속하면서 그 위험과 이익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AI의 오용과 악용을 함께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간이 AI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해야 하며, 인간 중심과 선한 방향으로의 발전이라는 원칙에 따라 AI가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개발 업체 경영진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AI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개발 속도를 늦출 필요성을 제기한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간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시진핑이 언급한 양국 간 협력과 대화의 방식 등은 분명치 않지만, 일단 인류를 위협하는 AI의 출현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이는 AI가 인류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사기”와 “음모”로 몰아붙이는 트럼프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AI 기술 개발에 대해 “나는 이를 지금 그대로 두고 싶다. 중국의 입장도 그렇다. 우리의 안전장치는 법무부”라고 밝혀 추가적인 규제나 안전장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회담에서는 트럼프가 AI는 “인류의 미래와 관계된 사안이다. 미·중은 이에 관한 대화를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정상회담에서는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위기, 한반도 등 주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이날 회담은 약 90분 동안 진행됐다.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시진핑은 오전 10시 7분에 백악관에 도착해 오후 1시 29분 떠날 때까지 3시간 22분 동안 머물렀다. 양국은 회담 뒤 각기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으며, 중국 측 발표부터 먼저 이뤄진 것이다. 미국의 관심사인 미국산 농산물의 대중국 수출 확대, 희토류 공급 문제, 비민감 품목에 대한 상호 관세 인하, 중국 내 미국인 억류자 석방 등에 대한 논의 여부는 중국 측 발표에는 담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