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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원룸’ 30년 혼자 관리했는데…“형이 보증금 떼먹어” 소송당한 사연

중앙일보

2026.09.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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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공동 소유한 원룸 건물을 30년 가까이 홀로 관리해 온 형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않아 동생이 대신 갚게 되었더라도,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면 업무상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약 30년 동안 가족 공동 소유의 원룸 건물을 혼자 관리한 형 A씨가 임대차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해 동생 B씨가 대신 갚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업무상횡령 혐의를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챗GPT

약 30년 동안 가족 공동 소유의 원룸 건물을 혼자 관리한 형 A씨가 임대차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해 동생 B씨가 대신 갚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업무상횡령 혐의를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챗GPT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96년부터 서울 노원구에 있는 19개 호실 규모 원룸 건물을 어머니의 위임을 받아 관리했다. 이 건물은 A씨의 어머니, 동생 B씨, 다른 형제가 3분의 1씩 소유하고 있었다. 이후 어머니가 자신의 지분을 B씨와 다른 형제에게 증여하면서 2008년 두 사람이 건물을 절반씩 공동 소유하게 됐다. 임대차계약 체결과 보증금 반환 등 건물 관리 업무는 줄곧 A씨가 도맡았다.

A씨는 업무상 보관하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8년 한 임차인과 보증금 5000만원의 임대차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받았으나 2020년 계약 만료 후에도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세입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해 결국 동생 B씨가 2022년 보증금을 대신 반환했지만 A씨는 해당 금액을 B씨에게 주지 않았다. A씨는 다른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4000만원의 보증금 중 3000만원을 반환하라는 B씨의 요구도 듣지 않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A씨에게 횡령금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받은 보증금을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등에 사용했기 때문에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원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원심은 “임차인이 지급한 임대차보증금은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해당 세입자에게 그대로 반환돼야 할 것으로서 그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며 “설령 A씨의 주장대로 다른 임차인들의 보증금 반환을 위해 이를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년 넘게 가족 간의 묵시적 동의 속에 A씨가 건물을 관리한 특수한 상황을 짚으며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장기간 건물 관리를 전담하는 동안 동생 B씨 등 건물을 소유한 형제들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사후 보고나 증빙을 요구하며 이의를 제기한 적도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A씨는 임차인이 퇴실할 때 호실 구별 없이 자신의 계좌에 있던 돈으로 보증금을 반환하고 건물 관리 비용도 지출했다”며 “이런 사정을 볼 때 보증금의 용도가 해당 임차인에게 그대로 반환하는 것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히려 A씨에게 보증금 등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 목적과 사용처, 시기에 관해 광범위한 재량이 사실상 부여돼 있었다”며 “일부 보증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거나 증빙하지 못했더라도 이를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만큼 불법영득의사를 함부로 인정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예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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