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교외의 메디나 컨트리클럽은 미국 골프의 역사적인 골프장이다. US오픈을 세 번, PGA 챔피언십을 두 번 열었다. PGA 챔피언십 두 번은 모두 타이거 우즈가 우승했다. 2012년 라이더컵에서는 유럽이 마지막 날 대역전극을 펼쳐 ‘메디나의 기적’이라는 말도 생겼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리고 있다.
메디나를 상징하는 건 클럽하우스다. 화려한 돔과 첨탑이 솟은 모습이 영락없는 이슬람 궁전이다. 미국의 전통 있는 클럽들은 보통 스코틀랜드풍의 소박한 농가나 고풍스러운 튜더 양식으로 클럽하우스를 짓는다. 기독교 문화가 뿌리 깊은 미국에서 메디나는 왜 이렇게 파격적인 이름과 외관을 갖게 됐을까.
메디나CC는 1924년 시카고의 슈라이너스 회원들이 세웠다. 슈라이너스는 프리메이슨에서 갈라져 나온 사교·자선 단체다. 프리메이슨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비밀결사로 꼽힌다. 18세기부터 계몽주의와 박애주의를 내세웠고, 역사와 철학, 도덕 교육을 중시했다. 다만 모임은 엄숙하고 무거운 의식 위주였다.
슈라이너스는 이 엄숙함에 대한 반발에서 태어났다. 1870년 뉴욕에서 프리메이슨 회원 몇 명이 “좀 더 재미있게 놀자”며 만든 게 시작이다. 당시 미국에는 중동과 동양을 신비롭게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 열풍이 불었다. 슈라이너스는 여기에 올라타 중동과 이슬람의 화려한 이미지를 조직의 상징으로 삼았다. 정식 이름부터 ‘고대 아랍 신비 성지 귀족단(Ancient Arabic Order of the Nobles of the Mystic Shrine)’이다.
골프장 이름은 시카고 슈라이너스의 본부 ‘메디나 사원(Medinah Temple)’에서 따왔다. 메디나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무덤이 있는 이슬람 제2의 성지다. 엄숙함을 벗어던지고 파격적으로 놀고 싶었던 이들의 정체성이 이름에 고스란히 담겼다.
클럽하우스는 슈라이너스 회원이던 건축가 리처드 슈미드가 설계했다. 그는 중동과 아시아 건축을 연구해 비잔틴 양식, 무어 양식, 루이 14세 양식, 이탈리아 양식을 한데 버무렸다. 그렇게 웅장한 돔과 모자이크로 장식한 원형 홀(로툰다)이 탄생했다.
슈라이너스 회원들은 붉은 페즈 모자를 쓰고 행사를 즐겼다. 물론 이들이 이슬람교도가 된 건 아니다. 엄숙한 프리메이슨에서 벗어나 이국적인 축제를 즐기고 싶었던 엘리트들의 문화적 놀이, 일종의 거대한 ‘코스튬 플레이’였다.
메디나CC는 1920년대 미국 사교클럽이 남긴 가장 화려하고 독특한 건축 유산이다. 프리메이슨 역사에서 가장 유쾌했던 일탈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 일탈의 무대에서 100년 넘게 골프의 역사가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