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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결례 부른 ‘中 쪽지 사건’…中 파견무관 16명 알게 됐다

중앙일보

2026.09.25 14:00 2026.09.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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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서울안보대화(SDD)에서 중국 측 무관부에서 보낸 쪽지를 들고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필리핀 국방부 페이스북

지난 8일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서울안보대화(SDD)에서 중국 측 무관부에서 보낸 쪽지를 들고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필리핀 국방부 페이스북

지난 8일 서울 더그랜드롯데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SDD) 본회의장.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남중국해 문제로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준수를 강조하던 순간, 행사 진행요원이 A4용지 크기의 메모지를 장관에게 건넸다. “중국 측에서 보낸 것 같다”며 테오도로 장관이 현장에서 읽어 내린 쪽지 내용은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판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이었다. 당시 PCA는 중국의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역사적 권리 주장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메모의 발신처로 주한중국대사관 무관부가 지목되면서 외교 결례 논란으로 번졌다.

이번 쪽지 사건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군사외교의 실상을 드러냈다. 중국이 전 세계에 파견한 소장(少將)급 무관이 한국을 포함해 단 16명뿐이라는 사실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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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대사 16곳, 소장급 무관도 16곳

중국 외교는 대사의 등급을 파견국의 전략적 비중에 따라 구분한다. 차관급(중국의 부부장) 대사가 파견된 곳은 16곳에 불과하다.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독일·일본·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이집트·북한 등 11개국과 유엔 뉴욕본부·유엔 제네바사무소·세계무역기구(WTO), 그리고 특별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 각 특파원까지 모두 16명이다.

반면 한국에는 북한과 달리 국장급인 정사급(正司級) 대사를 파견한다. 중국의 군사동맹국인 북한에 한국보다 한 단계 높은 외교 예우를 하는 셈이다.

지난 4일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서울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청소년기자 중국행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서울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청소년기자 중국행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군사외교는 궤를 달리한다. 중국 국방부가 파견하는 소장급(副軍級·부군단장 직급) 무관 역시 전 세계 16명에 불과하다. 다만 대상국 명단이 차관급 대사 16곳과 겹치지 않는다. 차관급 대사가 나가는 11개국(미·러·영·프·독·일·인·브라질·남아공·이집트·북한)에는 모두 소장급 무관을 배치한다. 여기에 유엔 뉴욕본부의 군사대표단장과 주유럽연합(EU) 군사대표를 더해 13명이 채워진다. 나머지 세 나라가 한국·파키스탄·태국이다.

한국의 불만에도 국장급 대사를 고집하는 중국이 무관은 왜 장성급을 보낼까. 남북의 군사적 대치와 주한미군 주둔이라는 특수성이 이유로 꼽힌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화약고인 동시에 중국의 최대 우방이자 최대 무기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아세안의 중심국 태국은 호위함·잠수함·전차는 물론 동남아 최대 상륙함인 2만5000t급 강습상륙함인 HTMS Chang(LPD-792)을 사들인 주요 무기 수출 고객이라는 점에서 각각 소장급 무관을 파견한다.

남북한 양쪽에 전 세계 16명뿐인 소장급 장성을 무관으로 보내는 중국이지만 이유는 반대다. 북한은 ‘특수 혈맹’이어서, 한국은 남북 대치라는 ‘안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이 한국에 국장급 대사를 파견하면서도, 무관은 장성급으로 높여 파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실질적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라며 “이에 더해 주한 미군의 동향을 주시하고, 한·미·일 군사 공조를 견제한다는 우회적이고 중첩적인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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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관부의 4대 임무와 계급 구조

중국대사관 내 무관부는 일반적으로 ▶︎군사외교 ▶︎군사원조 및 방산협력 ▶︎군사협력 ▶︎군사정보 수집이라는 4대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에 파견된 무관의 경우 원조와 방산은 해당 사항이 없다. 대신 이번에 논란이 된 쪽지는 결국 ‘군사외교’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남중국해 관련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려던 시도로 볼 수 있다.

중국 무관의 계급은 파견국의 군사적 중요도에 따라 상교(上校·대령)-대교(大校·준장 상당)-소장(少將)의 세 단계로 나뉜다. 대교는 다시 정사급(正師級·사단장 직급)과 부사급(副師級·부사단장 직급) 두 등급으로 나뉜다. 예를 들면 카타르·바레인처럼 소국인 경우에는 정단급(正團級·연대장 직급)인 상교가 배치된다. 특이하게 싱가포르는 국력 규모와 무관하게 중국 외교상 비중 때문에 사단장급 대교가 배치되는 등, 계급 배정은 국력보다 중국의 군사적 중요성에 좌우된다.

파견국의 안보 환경에 맞춰 육·해·공 군종도 다르게 배분한다. 해양 안보가 걸린 국가에는 해군 장성이, 항공 전력이 중요한 곳엔 공군 출신이 배치되는 식이다. 한국에는 육군이 파견된다.

류차오웨이 주한 중국 국방무관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중국인민해방군 건군 99주년 경축 리셉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차오웨이 주한 중국 국방무관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중국인민해방군 건군 99주년 경축 리셉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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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차오웨이 소장, 유엔 거친 다자통

현재 주한중국대사관 무관을 맡은 류차오웨이(劉超偉) 소장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육군 무관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근무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무관을 거쳐 올해 초 소장으로 승진하면서 서울에 부임했다. 유엔 다자외교와 동남아 양자외교를 두루 경험한 뒤 남북 대치의 최전선인 한반도로 배치된 셈이다. 중국이 서울 무관직을 단순한 의전 자리가 아닌 실무 경험을 쌓은 장성급 인력을 투입하는 요직으로 본다는 의미다.

북한에는 왕이성(王宜勝) 소장이 무관으로 파견됐다. 중앙 대외연락부 부부장 출신인 왕야쥔(王亞軍) 대사의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중국 군사외교 맥락에서 보면 이번 ‘쪽지 사건’은 단순한 결례를 넘어, 세계에 16명뿐인 소장급 무관이 상주하는 서울에서, 그것도 다자안보회의라는 공개 무대에서 발생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를 통해 강대국 균형, 화약고 통제, 대규모 방산 확장을 위해 정밀하게 설계된 중국 군사외교의 구조를 파악할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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