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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신의 행복 칼럼]사람은 웃기지도 않은데 웃는다

대학교 때 짝사랑하던 한 여학생이 있었다. ‘햇빛’이란 별명답게 언제나 화사한 모습과 방글방글 웃는 얼굴로 분위기를 띄워 주는 여자였다. 그 여학생과 눈빛만 마주쳐도 가슴이 설레었는데 지금은 아내가 나를 쳐다보면 내가 또 무엇을 잘 못했나, 하며 왜 눈치를 보게 되는지 모르겠다.
하루는 그 여학생 옆에 앉아서 강의를 듣게 됐다. 가슴이 많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해서든 잘 보여야지, 하는 마음에 강의는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하하하’하며 웃음보를 터트리는 것이었다. 강사가 우스운 말을 한 모양이다. 떠들썩한 웃음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웃었다, 그것도 힘차게.
그런데 그날 내 옆에 앉아 있던 ‘햇빛’도 한눈을 팔았던 모양이다. 그녀도 강사 말을 놓쳤다. 그러면 가만히 있던가, 아니면 나같이 그냥 남 따라 웃던가하면 될 텐데 이 여자가 힘차게 웃는 나를 보고 의아해 하며 질문을 했다. “강사가 뭐라고 했길래 그렇게 우스워?”
거의 30년전에 일어난 일인데 지금도 생각하면 괴롭다. 바보같이 나는 그날 이유도 모르며 왜 웃었을까. 데이트 신청은 커녕 찍 소리도 못하고 쥐구멍만 찾았던 내 대학시절의 하루였다.
사람이 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머러스 한 말이나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야 웃는 것이 아닌가?
두뇌과학 교수 ‘로버트 프로빈(Provine)’은 웃음논리 2000년 역사 처음으로 남이 한번도 안한 새로운 연구를 시도했다. 녹음기를 가지고 사람들을 직접 쫓아 다니며 그들이 웃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사람들을 제일 많이 웃게 하는 말들은 무엇일까? 결과가 참 새롭다. 유머가 섞인 말은 20%도 안 되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도 같이 가도 되나요? 헤헤” “나중에 봅시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헤헤” “고무줄을 가진 사람있나요? 헤헤헤” “만나서 참 반갑습니다 하하하” 그저 이런 말들이었다. 이상하다. 이런 말들이 뭐가 그리 우습다고 희희덕 거리는 것일까.
프로빈 학자는 이런 연구를 통해 인간의 웃음은 유머, 조크,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와는 별 관련이 없다는 역설적인 결론을 내렸다. 웃음의 제일 중요한 요소는 웃기는 말이 아니라 그냥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웃음은 재미있는 말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울릴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본능적인 방식’이라고 한다.
수술을 받고 나서 많이 웃는 환자들은 통증, 염증 등 합병증이 덜하다. 그래서 요새 웃음치료가 유행인데 여기도 사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환자를 완화시키는 것이지 웃음 자체가 아닐 것이라고 한다. 많이 웃는 환자들은 그 주위에 절친한 사람들이 많았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환자에게 코메디 프로그램을 통해 억지로 웃게하면 오히려 합병증이 많아진다.
인간은 우습지도 않은데 웃는 동물이다. 우리가 웃는 이유는 옆에 사람이 있어서이고 사람이 없어진다면 웃음도 사라진다. 그래서 웃음을 찾으려면 사람을 찾아야된다. 그리고 웃음은 사람을 사귀는 유대감을 결속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역활을 한다. 홀로 있을 때보다 누가 옆에 사람이 있으면 웃는 확률이 30배나 올라간다고 프로빈 학자는 지적한다.
나는 30년전 사람 때문에 웃었다. 무엇이 우습고 안 우습고서가 아니라 ‘하하하’하고 크게 웃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학생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설명해 주고 싶다. 나는 실없이 웃는 바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있었기에 웃을 수 있었던 인간이었다는 것을.










신현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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