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답습에 그친 엉성한 후속작…'헝거게임 2: 캣칭 파이어'
'헝거게임2: 캣칭 파이어(The Hunger Games: Catching Fire)'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수잔 콜린스의 소설 '헝거게임' 시리즈의 2부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전편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이 캣니스라는 10대 소녀 영웅의 탄생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영화는 음모의 한복판에 던져진 캣니스가 독재국가 판엠에 대항할 혁명의 전사가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전편의 제74회 헝거게임에서 우승한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와 피타(조쉬 허처슨)는 다시 헝거게임에 참석하게 된다. 독재국가 판엠의 대통령 스노우(도널도 서덜랜드)이 역대 우승자를 모아 경기를 치르는 스페셜 이벤트로 제75회 헝거게임을 열기고 하고 두 사람의 참석을 종용했기 때문. 하지만 대통령 스노우의 속셈을 따로 있다. 스노우는 캣니스 때문에 기존의 체제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그녀를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대회 때 게임의 규칙을 전복시키며 우승한 캣니스에 대한 대중의 열광이 커지자 철옹성 같던 판엠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캣니스는 자신을 향한 뜨거운 반응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자신을 추종한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웅 노릇에 회의감마저 느낀다. 캣니스는 고뇌에 빠진 채 헝거게임이 열리는 판엠의 수도 캐피톨로 향한다.
마침내 새 운영자 플루타르크(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진행으로 제75회 헝거게임이 열린다.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피닉(샘 클라플린) 등 새로운 얼굴들이 게임에 가세하고, 캣니스의 조력자 헤이미치(우디 해럴슨)는 전편에서처럼 멘토 역할을 자처한다. 캣니스는 적군과 아군의 구분이 모호하고 의심스런 출전자들과 치열한 헝거게임을 벌인다.
'헝거게임2:캣칭 파이어'는 전편에 비해 두 배로 커진 약 1억 5000만달러의 제작비가 든 작품답게 비주얼이 짱짱하다. 출전자들을 위협하는 독이 든 안개의 역습을 비롯해 화면을 압도하는 몇 몇 장면들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판엠의 권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엄한 퍼레이드 장면은 실제로 1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국 아틀란타의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촬영돼 그 위용을 뽐낸다. 하지만 막대한 물량공세가 온전히 재미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캣칭 파이어'는 전편과 내년·내후년에 개봉할 후속편, 즉 '헝거게임: 모킹제이 Part 1(2014, 프렌시스 로렌스 감독)·part2(2015, 프렌시스 로렌스 감독)을 잇는 가교다. 전편이 독재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헝거게임의 오락성을 강조하며 신선한 재미를 줬다면, 이번 시리즈는 전편의 설정들을 기계적으로 답습한 인상을 남긴다. 게다가 이 영화의 재미를 상당 부분 책임지는 헝거게임 자체는 영화가 시작한 지 한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기시감이 드는 대목들도 여럿이다. 캣니스는 영웅 대접 받는 자신의 존재를 괴로워하는데, 영웅심에 대한 고뇌라면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비롯한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익히 봐온 설정이다. 결국 '캣칭 파이어'는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인상만 남긴 채 시리즈 안에서 독자적인 완결성을 갖추지 못하고 중간 매듭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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