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명불허전(名不虛傳)
박관순
널리 알려진 이름이긴 한데 소문난 만큼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 겨우 우리는 그 상황을‘허명무실(虛名無實)하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름은 널리 알려져 유명한데 알고 보니 알려진 이름만큼 내용면은 실속이 없더라는 그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사자성어로‘허무맹랑(虛無孟浪)하다’라고도 표현 한다.
그와는 반대로 실상을 알고 보니 듣던 대로 그 이름이 헛되지 않을 때 우리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말하게 된다. 이때는 흔히 소문난 것보다도 그 이름이 훨씬 더 빛나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를 다른 말로‘명실상부(名實相符)하다’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알려진 이름과 대등하고 그에 걸맞아 보일 때 우리는 그렇게 말한다.
위에서 예를 든 허명무실, 허무맹랑 두 숙어는 그 뒤에 예를 든 명불허전, 명실상부 두 숙어와 그 뜻이 서로 상반되는 반어(反語)관계에 놓여 있다.
먼저의 두 구절은 그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한데 그 알려진 이름의 가치만큼 실존적인 효력이나 가치가 미흡할 경우이고 나머지 두 숙어는 그와 반대로 과연 듣던 대로 또는 그 이상으로 내용이 풍부하고 충실하고 알찰 때 하는 말이 된다.
서울의 한 TV 프로그램을 보면 아예‘명불허전’이라는 타이틀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담프로를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어떤 분야에서 이름이 나있는 명사를 초대해서 그의 활동내용을 들어보는 그런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 프로그램을 들어보면 대개의 경우 우리가 듣고 보고 상상했던 것 보다 더 훨씬 알차고 대단스러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와는 반대로 소문에 비해 허명무실한 경우도 많다. 세상이란 그렇게 늘 이분 적(二分的)이어서 두로 갈라지게 마련인가 보다.
그러니까 세상사는 그처럼 가(假)와 진(眞)으로 흑(黑)과 백(白)으로 양분되어 교차되게 마련이지만 그 분계선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해서 혼란을 가져오게도 된다.
마치 상품에도 명품과 짝퉁명품이 있는 것과 같이 진(眞)이 있는가 하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가(假)도 있는 것이다.
세상에 이름이 널리 나있는 명사(名士)중에도 때론 진짜 명사가 아닌 짝퉁명사도 없잖아 끼어 있음을 본다. 그러니까‘명불허전’다시 말하면 이름이 나 있는 마큼 제 값을 지닌 명품명사도 있지만 제값을 하지 못하는 어림없는 가짜명사도 있는 곳이 이세상이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우리말과 달리 중국어 어법으로 ‘이름이 아니다, 헛되이 전해진’으로 말의 순서를 바꾸어 표현된 사언절구(四言絶句)의 사자성어 명불허전‘이란 어구가 자못 재미있고 감칠맛이 난다.
다가오는 갑오년 새해에는 자칫 허명(虛名)을 휘날리는 짝퉁명사가 아니라 명불허전, 명실상부 진짜이름을 휘날리는 진짜명사가 많이 나오는 한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또한 갑오년 새해에는 온 누리에 훈훈한 평화의 바람이 가득 불어오는 한해가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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