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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신의 행복 칼럼] 아군과 적군이 함께 놀았던 크리스마스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유럽 플란더(현 벨기에)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그 해 칠월에 벌어진 1차 세계대전은 불과 6개월 만에 백만명이나 되는 군인이 희생됐는데 이날도 수십만의 영국과 독일군이 치열한 참호전을 치르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고 날이 어두어지자 전쟁이 좀 조용해 졌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추운 밤이 찾아왔다. 영국군은 지친 몸으로 적군의 움직임을 뚜렸히 지켜보며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적군의 진영에서 불빛이 하나씩 켜지는 것이었다. 또 공격이다, 싶어 영국군은 정신을 가다듬고 손에 쥔 총검을 만지작 거리며 긴장을 했다.
그런데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 소리가 조용하게 들려오는 것이었다. 누구나 다 아는 크리스마스 캐롤이었다. 노래 소리와 함께 또 크리스마스 트리가 하나씩 불붙는 것이 보였다. 감동을 받은 영국군은 노래가 끝나자 힘찬 박수를 보냈고 자기들도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기 시작했다. 잠시후 노래와 박수 소리가 전쟁터에 가득 차게 된 것이다.
이때 ‘챨스 스탁웰’이라는 영국군 장교가 용기를 내어 참호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잠시 전까지 총알이 마구 날아다니던 무인지역의 땅을 조심스럽게 밟았다. “맥주 한잔 하실래요?” 그는 자기를 맞아 나오는 독일군 장교에게 말을 건냈다. “고맙소!” 하며 독일장교도 담배를 하나 나누어 주었다. 이 장면을 본 양쪽 군인들은 박수 갈채를 보내며 서로 참호에서 나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다음날은 크리스마스였다. 어제까지만해도 서로 총을 쏘고 칼로 찌르며 전쟁을 치렀던 군인들이 잠시 정신을 잃었는지 이날은 음식을 나누고 공을 함께 차며 놀았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죽은 군인들을 위해 무덤을 만들어 준 뒤 묵상을 하며 시편 23장을 읽었다고 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다음날 아침 8시30분, 스탁웰은 총을 탕, 탕 ,탕 쏘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자 독일 장교도 총을 두발 쏘며 ‘땡큐!’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치열한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재레미 리프킨’이라는 저자는 엠퍼티(Empathy—공감, 감정 이입)라는 단어가 인간 역사 처음으로 1909년도에 생겼다고 말한다. 독일어 ‘아인풀렁(Einfuhling)’이란 예술언어에서 빌린 단어인데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가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심퍼티(Sympathy—동정, 연민)’라는 단어는 남의 곤경이나 처지를 보고 불쌍히 여김을 말한다. 엠퍼티는 상대방과 나의 마음이 일치되는 것을 말하는데 심퍼티는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파악은 해도 그 사람의 마음상태와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
1914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휴전’은 굉장한 일이었다. 전쟁중에 적군들과 함께 같이 먹고, 마시며 죽은자들을 묻어준 행동은 인간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날 있었던 일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잠시였지만 싸움과 전쟁이 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같이 먹고, 마시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망성을 보여주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일이다. 예수를 생각하면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말을 제일 많이 기억한다고 한다. 이 말은 종교적인 명령같지만 사실 우리의 기본적인 기능을 말해 주고 있다. 현대 과학은 두뇌의 촛점이 사람을 알아보고 느끼는데 있지 만물을 이해하거나 우주의 신비를 파악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이해하기 힘들어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무런 배움 없이도 옆사람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끼며 감정 이입을 하는 것이다. 이 근본적인 두뇌 능력이 적군과 싸우다 말고 어울릴 수 있게 하며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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