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V.P. 문화 - ‘참석여부 답하는 것 잊지 말아야’
초대문화 반영, 약속중시
자원의 효율적 활용… 유용성 높아
R.S.V.P. 는 캐나다 땅을 살아가는 동포들이 언어장벽과 함께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상기시키는 문화다. 현지인들의 행사 초대 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초대문화, 특히 정식초대와 수락에 익숙하지 않은 동포들의 경우 언어의 이해와 함께 의미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어(영어)로 ‘답장 부탁 드립니다: Repondez(Reply) S’il Vous Plait(Please)’란 의미의 축약어인 R.S.V.P.는 원래 프랑스 사교계에서 사용하던 것을 영국 사교계에서 수용하면서 이후 북미에 전파돼 자리잡아온 에티켓문화다.
북미의 R.S.V.P. 문화에 이민자들인 동포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모국문화와의 이질성에 기인하는 면이 적지 않다. 청첩장을 돌리긴 해도 바쁠 경우 참가하지 않거나, 결혼식에 당일 날 예고 없이 나타나 축하를 해줘도 기쁘게 받아들이지, 결례로 간주되지 않는 한국문화의 속성상 R.S.V.P.와 같이 반드시 통보를 요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는 법. 캐나다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동포사회로서는 R.S.V.P.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현지문화에 익숙해지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과는 달리 결혼식과 같은 중요한 행사는 물론이거니와 생일파티와 같은 일반행사에도 ‘초대장 없이는 참석이 불가(Invitation Only)’한 국내인들의 문화의 속성 상 R.S.V.P.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참여의사를 묻는 것이 아니고 초대에 참석해 달라는 정중한 요청이라는 점에서 기쁜 마음으로 참석여부에 대해 확인을 해 주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들이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R.S.V.P.는 약속을 이행하는 신의성도 내포한다. R.S.V.P. 문의에 참석하겠다 또는 참석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면 참석여부를 떠나 내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신뢰성을 시험하는 잣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약속’을 지켜야 하는 당위성을 내포하는 R.S.V.P. 문화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뒤집어 해석하면 약속을 해놓고 지키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와 함께 R.S.V.P.가 갖는 실질적인 중요성은 ‘계획’에 따른 ‘자원의 효율’에 있다. 주최측에서는 행사에 어느 정도 규모의 초대 손님이 올 것인지에 그 숫자를 확보한 뒤 이에 맞춰 음식과 기타 사항을 결정해야 불필요한 식사준비 등 자원의 낭비가 없는 내실있는 행사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R.S.V.P.의 광범위한 사회적 수용이 바람직한 이유다.
초청에 대한 예의ㆍ약속준수, 자원의 효율성 모두를 취할 수 있는 R.S.V.P. 문화를 동포사회가 새해를 맞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층 부드럽고 원만한 현지정착과 통합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전경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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