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영문메뉴 표기법 딜레마…규칙은 정했는데 뭔가 어색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고 밑에 해설 추가
발음에 맞추다 보니 엉뚱한 뜻으로 변질
이미 영문 메뉴판을 사용하고 있는 LA한인타운 호돌이 식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음식에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설명해줘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손님이 메뉴판에 적힌 설명을 보고 알아서 주문한다"며 "영어 설명이 잘못 전달될까봐 걱정도 있었지만 영문 메뉴판 덕에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평소 한식을 즐겨먹는 타인종 브라이언 그레고(25)씨는 "친구들과 한국식 무제한 바비큐를 자주 방문한다. 여지껏 한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음식 주문을 해왔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주문이 가능하다"며 새 메뉴판 등장을 반겼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영문표기가 표준화된 한식표기라고 보기에 문제가 있고 실제 발음과 다소 동떨어진 영문 표기법도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한식재단은 '소 불고기'를 영문으로 'So Bulgogi/ Marinated beef slice in sweet soy sauce'라고 표기한다. 채플 폴저(27)씨는 "'So Bulgogi'의 표기에서 'So'는 발음이겠지만 영어단어 'so'가 먼저 떠올라 '아주, 매우 불고기'라는 이상한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밑에 설명된 글을 읽고 소고기인 것을 알았다. 'Beef'라 썼으면 더 알아보기 편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타인종에게 알려진 '불고기'의 영어 명칭은 'Korean style barbecued beef', 'Pulgogi' 등 각기 달랐다. 당연히 한인타운을 찾는 타인종 고객들로부터 음식 메뉴에 대한 영문 표기가 헷갈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 농식품부는 각 분야 전문가를 참여시켜 만든 한식 메뉴의 표준 영문 표기법은 이를 통일했다.
우선 발음대로 로마자를 표기하고 음식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영문명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고등어 조림(Godeungeo Jorim/ Braised Mackerel in a spicy soy sauce mixed with white radish), 순두부찌개(Sundubu jjigae/Spicy Soft Tofu Stew) 등 다양한 영문 표기법을 확정했다.
〈표 참조〉
하지만 한식재단이 내놓은 한식 영문표기는 한국 사람조차 발음이 어렵고 이해가 안 돼 통일안의 의미가 퇴색됐다.
표기법 밑에 간단하게 해석된 영어 설명이 있었지만 ' Dwaeji(돼지)' 등의 명칭을 한국식 발음으로 기억하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발음 나는 대로 음차하는 방식을 보완하는 배려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돼지불고기덮밥(Dwaejigogi Deopbap)'의 경우, 음절이 나눠지지 않아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는 지 알기 힘들다. 〈관계기사 3면〉
미서부한식세계화협회 임종택 회장은 "현재 한국에서 발표한 표기법 중에 현지사정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다"며 "전세계에 있는 한식당을 대상으로 만든 표기법이라 모든 국가에 맞는 메뉴판 제작은 어렵다. 하지만 재단과의 수정 과정을 통해 타인종에게 좀 더 적합한 메뉴판으로 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임회장은 현재 주류회사에서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무료 메뉴판도 지적했다.
"주류회사에서 술 광고를 목적으로 메뉴를 제작해주고 있다. 하지만 영문 표기를 우후죽순으로 표기하다 보니 한식재단이 지향하는 사업에 걸림돌이 된다"며 "주류회사 관계자와 함께 이 같은 점을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성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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