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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시리즈--꽃가게(7)

흔히 꽃가게를 여성업종으로 분류한다. 여성이 하기 쉽고 타 직종에 비해 깨끗하고 편안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꽃가게만큼 부지런하고 힘든 노동을 요구하는 업종도 많지 않다.

새벽 꽃 도매시장을 매일 돌아보고 유행하는 꽃의 종류와 가격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창업 초창기 업주는 새벽잠을 줄여야만 한다. 보통 꽃 가게 운영 업주의 기상시간은 새벽 3∼4시.

직접 꽃도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손이 짓무르고 피투성이 되며 겨울에는 동상에 걸리기도 한다.

꽃 가게는 많은 스탁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적게는 5만∼10만달러의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속한다. 렌트 디파짓 머니, 냉장고, 전기, 그리고 꽃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영업을 할 수 있다.

미국인들에 있어 꽃은 예의를 차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용품에 속한다. 결혼식, 장례식, 파티, 소규모 모임, 학교, 교회 등 쓰임새가 많아 다른 용품에 비해 공급량이 많다는 것도 이 비즈니스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꽃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은 가능한 한 고객과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한다.

고객들의 기호와 취향이 가지각색이라 그들의 만족도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대화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뭔지를 간파해야 한다.

따라서 꽃 비즈니스를 오픈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창한 영어는 필수다. 그저 ‘하우머치’ ‘오케이’ ‘땡큐’ 정도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수많은 꽃의 종류를 알아 고객에게 설명해주고 권해줄 수 있어야 함은 물론 데코레이션을 적절하게 할 수 있는 미적 감각도 있어야 한다.

꽃 가게 업주는 매일 매일 시장에 나온 신선한 꽃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다량의 꽃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업주는 많은 꽃 도매업소 리스트를 확보, 가격을 수시로 체크,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맨해튼 28스트릿 도매 시장도 수시로 돌며 물량 구입에 대한 감각도 익혀야 한다.

업소에는 그날 팔 적정한 물량과 2∼3일 정도 버틸만한 꽃들만 있으면 된다.

맨해튼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꼽히는 박상원씨. 그가 꽃장사에 손을 댄 것은 지난 84년.

맨해튼 60스트릿 2애브뉴에 있는 꽃 가게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3만달러에 나온 ‘트램웨이 플라워’ 가게를 살 돈이 없어 동업으로 가게를 오픈했다.

7년간 영업을 했으나 이렇다할 마진을 남기지 못하고 현상유지만 했던 박씨는 결국 가게 문을 닫았다.

박씨는 부동산업자였던 단골 고객의 소개로 금싸라기 땅인 맨해튼 렉싱턴 애브뉴 64~65 스트릿 코너를 알게 된다. 이곳은 유아용품 옷가게 자리였는데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상태였다.

주변을 돌아보니 여기 저기 꽃가게, 카페, 의류점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이 곳에 꽃 가게를 열면 장사가 꽤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과감히 렌트 계약을 했다. 당시 월 렌트는 3천달러(현재는 7천달러로 올랐다).

규모는 지하를 합쳐 1천평방피트 정도. 초창기 돈이 없어 간판도 내걸지 못한 채 영업을 했는데 오픈 시기가 추수감사절이라 다행히 손님이 많았다. 추수감사절은 곧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시즌으로 이어져 오픈 첫 해를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박씨는 “꽃 가게를 오픈할 경우 그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고객 하나 하나 기호에 맞게 정성껏 꽃을 만들어주다보니 고객들이 나를‘매직 핸드’(마술사의 손)로 부르기도 했다”며 “이후 하루가 다르게 고객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마침내 ‘플라워스 온 렉싱턴’(Flowers on Lexington)이란 간판을 내걸고 가게 안팎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오픈 첫해인 91년 연매출이 60만달러가 되더니 이후 매출이 30%씩 늘기 시작, 최고 90만달러까지 오를 때도 있었다. 95년 3만여달러를 들여 가게 안 라이트와 구석구석을 새롭게 장식했다.

박씨는 25만달러의 시공비를 들여 렉싱턴 애브뉴에 있는 가게와 똑같은 상호인 ‘플라워스 온 렉싱턴,GCNY’를 98년 그랜드 센트럴역 쇼핑몰 안에 오픈했다.

이 업소는 일본인 부인 타에코 나나기타가 종업원 5명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픈 1년만에 연매출 1백만달러를 올렸다. 불경기인 요즘 매출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90만달러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꽃은 사치품이라 경기를 많이 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골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업주의 경우 불경기를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꽃가게는 반드시 장소와 목이 좋다고해서 잘되는 것만은 아니다. 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해 놓았느냐가 관건이다. 꽃 가게 성업 비결은 “장소가 아니라 역사”라는 말을 박씨는 거듭 강조한다.

박씨는 “꽃가게는 야채가게와는 다르다”며 “고객이 과일이나 음료수를 사기 위해서 먼곳에 있는 야채가게를 찾지 않지만 꽃을 사기 위해서는 먼 거리도 감수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골 고객을 확보해 놓은 것이 요즘같은 불경기에도 끄덕없이 비즈니스를 꾸려가는 박씨의 마케팅 전략이다.

“꽃은 바로 미국인들의 삶의 역사를 대변해줍니다.”

렉싱턴 애브뉴 일대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했던 꽃 가게를 어머니, 아버지가 물려받고 또 그 자손들이 물려받아 운영하는 1백년 이상된 유서깊은 꽃 가게가 많다. 따라서 고객들도 몇십년 된 단골들이 많다.

박씨는 “도매업소들과 많이 접촉하다보면 양질의 물건을 솔직하게 판매하는 업체를 구분할 수 있다”며 “이 가운데 4∼5군데를 선정, 단골 어카운트로 갖고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후 선정한 도매업소에 전화만 하면 가게 앞까지 물건을 배달해줘 굳이 새벽 꽃 도매 시장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임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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