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열세살(Thirteen)]"엄마, 13세는 왜 이렇게 아프지?"
한 소녀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앳된 얼굴은 서서히 요부처럼 바뀌더니 나를 때리라고 소리친다.카메라는 각도를 바꿔 두 소녀가 마주 앉은 모습을 보여준다. 두 소녀는 본드를 흡입하며 서로를 때린다.
곧바로 영화는 4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첫 장면에서 앳된 얼굴이 자기파괴적인 표정으로 변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열 세 살’(Thirteen)은 여러 면에서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10대 영화와 거리를 둔다.
우선 적당히 갈등을 만들고 적당히 화해하는 방식을 거부한다. LA 포톨라 중학교에 다니는 트레이시(이븐 레이철 우드)는 공부 잘 하는 착한 딸이다. 그러나 불량기 있는 이비(니키 리드)와 어울리고 싶어 지갑을 훔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이비와 단짝이 된 트레이시의 변화는 10대의 위기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혀와 배꼽, 엉덩이를 뚫는 피어싱에서, 흡연, 음주, 마약, 부모에 대한 반항, 또래 끼리의 섹스 실험까지 고통스런 현실을 모른 척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트레이시의 엄마 멜라니(홀리 헌터)는 알콜중독을 고치려 애를 쓰고 엄마의 남자친구는 마약중독자였다. 친아빠는 돈을 버느라 정신이 없다.
사태가 악화 뒤 뒤 찾아 온 친아빠는 자꾸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 ‘무서운 금요일’(Freaky Friday)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면 해결을 눈 앞에 둔 상황이다. 하지만 트레이시의 오빠 메이슨(브래디 코벳)은 이 질문을 듣자 마자 모든 걸 포기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등을 돌린다.
사실 10대를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몇 마디로 설명하겠는가. 아니 알콜중독이 되고 마약중독이 되고, 실수하고 잘못하고 거기서 벗어나려 애쓰고, 혹은 일어서고 혹은 쓰러지는, 사는 것의 고통을 어떻게 간단하게 설명하겠는가. ‘열 세 살’은 이런 고통스런 현실을 웃음으로 서둘러 봉합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원인도 해답도 모호한 현실을 아프게 지켜본다.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려는 멜라니는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무너져 있는 트레이시를, 몸부림치는 트레이시를 안간힘을 쓰며 껴안는다. 가위로, 칼로 자해해 흉터가 무성한 딸의 손목에 입맞춤하며 “너는 나의 심장”이라는 말을 쏟아놓는다.
사실적인 10대 묘사는 캐서린 하드윅과 니키 리드의 스크립에서 시작해 카메라 워크로 완성된다. 스크립을 쓸 당시 13세였던, 이비 역의 리드는 자신의 경험을 영화에 털어놓으므로써 10대의 현실에 사실감을 더했다. 코미디를 목표로 시작한 스크립이 강렬한 현장 보고서가 된 것은 리드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촬영감독 엘리엇 데이비스(아이 앰 샘)는 들고찍기(핸드 헬드) 기법을 사용해 다큐멘터리의 질감을 불어넣는다.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와 ‘스리 킹스’(Three Kings) 등의 제작 디자이너로 유명한 캐서린 하드윅은 감독 데뷔작 ‘열 세 살’을 탄탄한 스토리와 안정된 흐름으로 빚어낸다. 그 안에서 우드의 연기는 보석처럼 빛난다. 우드는 나이에 걸맞기 않게 복잡한 감정선을 들뜨지 않게 차분하게 표현한다.
22일 개봉. 등급 R. Laemmle Sunset 5(323-848-3500), Laemmle Monica(310-394-9741) 상영.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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