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전트'는 현대인의 고민을 상징하는 영화"
베로니카 로스 작가 & 닐 버거 감독 인터뷰
- 큰 성공을 거둔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데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은 없었나.
로스: 자기 소설이 다른 사람 손에 각색될 때 작가들이 느끼게 되는 약간의 불안감 정도 뿐이었다. 하지만 '다이버전트' 2권이 나올 무렵부터, 소설이란 게 그걸 쓴 사람에게 속하는 게 아니라 읽는 사람들에게 속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미 어느 정도는 다 쓴 소설에 대해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둘 수 있는 연습이 된 상태였다.
버거: 제일 큰 도전은 책 속의 모든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 분량을 100페이지 남짓한 대본으로 줄이는 과정도 그랬지만,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소설 속 다양한 이야기와 인물, 사건들을 하나도 잃지 않고 영화화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가능한 많은 내용을 압축해 넣으려다 보니 자연히 극의 전개도 빨라졌다. 베로니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와 캐릭터가 원작에서 어긋나지 않는 제 길을 찾아 전개될 수 있도록 조언을 구했다.
-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 당하는데 대한 부담감도 컸을 텐데.
버거: 당연하다. 미래를 배경으로 젊은 여주인공이 활약하는 내용이니 비교가 안 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니겠나. 하지만 나름대로는 기존의 영화들과 최대한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특히 다른 영화들이 잿빛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면, 우리 영화는 유토피아적 배경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차이가 난다. 사회 시스템 속에 감춰진 음모가 드러나기 전까지, '다이버전트' 속 세상은 주인공이 동경하고 그 안에 무사히 적응해 살고자 하는 아름답고 가치있는 공동체로 그려진다. 또 트리스가 초반부터 영웅으로 선택된 존재라기보단,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개인에서 시작해 성장해 가는 존재라는 점도 비슷한 류의 다른 작품과 구별이 되는 부분이다. 그녀가 부모, 형제, 친구, 멘토, 조직의 선배들과 각각 역동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우리 영화에 각별한 현실성을 더하는 요소다.
- VFX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세트를 많이 이용한 것도 차별화를 위해서인가.
버거: 맞다. 그간 대부분의 영 어덜트 판타지물이 CG를 이용해 배경을 표현해 왔다. 훌륭한 기술을 통해 멋진 장면을 완성해 낸 그들만의 성취는 인정하지만, 그래도 어딘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구석은 남아 있었다. 우리 영화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파고들어가는 작품인 만큼 더욱 생생하고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제 시카고 거리에서 촬영을 하거나 직접 세트를 지어 배우들이 대부분의 장면을 눈 앞에 보이는 배경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트리스 역에 샤일린 우들리를 캐스팅한 과정이 궁금하다.
버거: 샤일린 우들리는 항상 내 캐스팅 리스트 1순위에 있었다. '디센던츠'를 보고 완전히 반했던 터라 꼭 그녀와 일하고 싶었다. 실제로 만나자마자 다른 배우는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는 걸 알았다. 사실 프로듀서들은 트리스 역을 위해 전 세계를 돌며 대대적인 캐스팅 탐색을 하려 했는데, 샤일린을 실제로 만나는 순간 그 계획이 완전히 무의미해졌다. 너무 큰 시리즈물에 묶이게 되는 걸 망설였던 샤일린이 고민하고 출연을 결정하는 데까지 딱 2.5일이 걸렸다. 그만큼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 원작자도 캐스팅에 많이 관여했나.
로스: 아니다. 주요 배역 캐스팅은 내가 '다이버전트' 3권을 쓰는 동안 진행됐는데, 그 사이 난 그저 좋은 이야기를 써야하는 내 역할에 집중했다. 제작진을 믿었던 덕도 크다. 모두 정말 빼어난 영화를 만들어줬다. 매번 진행 상황이나 아이디어를 가져와 보여주면 '진짜 멋지네요'라며 감탄하는 거 말곤 할 게 없었다.
- 이 영화의 주제를 한 마디로 정리해본다면.
버거: 영 어덜트 장르라 불리고 있긴 해도, 사실 '다이버전트'는 모든 성인들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어디 속해야 할까'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남들과 다른걸까'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들은 16살 때 뿐 아니라 26,36,46살 때에도 계속해서 하게 되는 생각이다. 우리 영화는 이 같은 현대인들의 고민에 대한 메타포다. 더 나아가 영화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야 할 것인지, 또 인간과 사회 시스템은 어떻게 공존해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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