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중산복, 국내선 점퍼…시진핑 옷에 담긴 뜻은…
중국에선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의 드레스코드가 뜨고 있다.국제무대에서 시진핑의 차림새가 처음 주목을 받은 건 지난달 네덜란드 방문 때다. 네덜란드 국왕 주최의 환영 만찬에 중산복 또는 인민복으로 불리는 옷을 입고 나왔다. 여기엔 중국의 고민과 고려가 배어 있다. 시진핑은 네덜란드 국왕과의 첫 만남에서 양복을 입었다. 그러나 이어진 파티에 또다시 양복 차림으로 나설 수는 없었다. 상대는 연미복을 입는데 시진핑 또한 연미복을 입든지 아니면 이에 어울리는 다른 옷을 입을 필요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이 선택한 게 중산복이다. 중산복은 청조를 타도한 신해혁명의 주역 쑨원이 즐겨 입던 옷으로 그의 호인 중산을 따서 중산복으로 불린다.
쑨원 입던 중산복, 예의염치 상징
중산복은 쑨원이 1923년 광저우에서 중국혁명정부의 대원수로 취임하며 입어 유명해졌다. 쑨원은 중산복 상의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강조했다. 네 개의 큼지막한 주머니는 예의염치를 상징한다고 했다. 춘추시대의 관중은 예의염치를 국가의 네 가지 근본이라 했다. 그는 이 중 하나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고, 둘이 부족하면 위험에 빠지며, 셋이 무너지면 근간이 뒤집히고, 넷을 다 갖추지 못하면 망한다고 했다. 쑨원은 이 네 개의 주머니를 크게 만들어 수첩이나 책을 넣을 수 있게 했다. 항상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였다.
그리고 상의 한가운데 다섯 개의 단추를 달았다. 이는 쑨원이 서양의 삼권분립에 대응해 제시한 오권(행정권·입법권·사법권·고시권·감찰권) 분립의 정신을 의미한다. 양 소매엔 각 3개의 단추가 있다. 이는 그가 제창한 민족·민권·민생의 삼민주의와 공화혁명의 이념인 평등·자유·박애를 나타낸다. 옷깃은 세워서 접은 단정한 형태로 엄격하게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옷의 뒤는 트지 않아 국가가 분열되지 않고 통일됨을 지향한다는 뜻을 담았다.
양복 대신 중국 특색·자신감 강조
쑨원을 받드는 장제스와 마오쩌둥 모두 중산복을 즐겨 입었다. 대륙의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기 전인 1945년의 충칭 회담 때 장과 마오 모두 중산복을 입고 나와 기념 사진을 찍은 모습은 인상적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마오의 중산복엔 약간의 변화가 가해졌다. 개혁의 날카로움과 마오를 다른 사람보다 더 두드러지게 보이게 하기 위해 옷깃을 보다 예리하게 만들었다. 이는 서방에 '마오룩(Mao Look)'으로 알려졌으며 50~60년대 대륙을 풍미했다.
중산복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건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다. 서방의 선진 기술 수입에 열을 올리던 중국은 83년 후야오방 총서기가 선전을 방문해 "특구 간부는 옷을 잘 입어야 한다. 과감하게 양복을 입어라"는 지시를 내리며 양복이 중산복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산복은 중국 지도자가 군대를 사열할 때 가끔 모습을 비치곤 했을 뿐이다.
그런 중산복이 이번에 시진핑에 의해 부활했다.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은 네 개의 큰 주머니다. 오른쪽 위 주머니는 없앴고 왼쪽 위 주머니엔 장식을 달았다. 아래 주머니 두 개는 잘 드러나지 않게 처리했다. 기존 중산복에 비해 훨씬 더 세련되고 또 단정하며 정중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중국의 공식 예복으로 손색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실 중국은 우리의 한복이나 일본의 와후쿠에 비견할 마땅한 옷이 없다. 청의 의복 습속을 그대로 따르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중산복 선택은 이런 고민의 결과이며 앞으로 하나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점퍼는 허례허식 반대 메시지
한편 시진핑은 국내 무대에선 점퍼를 활용하고 있다.
회의를 하거나 민생을 시찰할 때 시진핑은 대부분 점퍼 차림이다. 점퍼는 다림질할 필요가 없고 때를 타지 않으며 활동적이다. 특히 서민들과 자주 어울려 밥을 먹는 시진핑은 옷 소매가 긴 다른 옷을 입었을 경우 국을 뜨면서 밥상의 다른 반찬을 건드리는 불상사를 일으키지 않아 좋다는 우스개 칭찬까지 듣고 있다. 점퍼가 강조하는 건 효율성이다. 이에 따라 이미 중국 TV나 신문에선 점퍼 차림으로 업무를 보는 지방 정부 지도자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시진핑 따라 하기다.
유상철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