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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창호 칼럼] 정력만 낭비하는 영어 공부

1980년대 초에 아내와 처음 유럽을 여행하며, 프랑스를 빼놓고는, 유럽 어느 나라를 가나, 사람들이 모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여러 나라말을 하며 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나라말은 모두 하고 사는 것이 분명했다.

2차 대전을 겪은 후, 세계가 좁아졌고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이 그 사람들의 생활과 풍속 속에 들어 있는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는 도구라는 것을 알게되며, 미국에서도 외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는 6-7 살 때까지 우리나라 말과 일본어를 같이 쓰고 살았다. 그 후 일본어는 다 잊어버렸고 영어와 독일어를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선택했으나 중국말을 하거나 중국 글을 읽을 만큼 배우지도 못했다.

영어가 세계어가 되었으니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웃나라 말인 일어나 중국어는 가르치지 않고 언제 써먹을지도 모르는 독일어, 불어를 가르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독일, 프랑스 사람들과 말을 건네 볼만큼 배우지도 못했고, 그 나라 책들을 읽을 만큼 배우지도 못하였으니 결국 정력만 낭비한 셈이다.

6,7개국 언어를 마음대로 구사하는 여행 안내인 마리온을 옆에서 보면서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거꾸로 해왔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가 한국에서 공부한 방식으로 그렇게 언어공부가 어렵다면, 마리온도 아마 2,3개 이상 언어를 구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언어교육은 어린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순서처럼, 말부터 배우고 글자를 배워야 옳다. 말하기, 듣기, 쓰기를 배우고 그 다음 읽기를 공부하는 게 언어 교육의 제 순서다.

한국에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부정적으로 대답하는 외국관광객 중 대부분이, 언어 장벽이란 고통을 제일 먼저 들고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한국 영어교육이 실패한 결과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인구 대다수가 고등학교 졸업자라고하면 학교에서 6년 동안 영어를 공부한 사람들이다. 대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면 10년을 영어 공부한 사람들이고 엄청난 숫자의 영어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했고 단어도 많이 아는 사람들이 외국인과 간단한 영어 회화도 할 수 없다면 도대체 무엇을 배운 것인가? 미국인과 간단한 회화도 할 실력이 못되는 영어 선생들에게서 영어를 배워온 결과다. 어려서 말을 배울 때처럼 영어공부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과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배워야 한다.

토익시험 900점, 토플시험 600점을 넘게 받는 사람이 수두룩한 나라가 한국이지만, 외국에서 전화가 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나라라는 기사를 읽은 일이 있다.

영어는 지금 세계 공통어다. 외교, 관광, 과학, 예술 그리고 컴퓨터 분야에 영어가 이미 지배적인 언어일 뿐만 아니라, 세계 상업거래의 절반이 영어 계약서로 되어있고 과학, 의학 논문의 2/3 가 영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거나 공용어로 사용하고있는 국가가 이미 55개 국가나 되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는 계속 늘어만 갈 전망이다.

이웃나라 일본과 대만의 경우가 그 좋은 예다. 지금 중공, 베트남, 러시아, 북한에도 영어교육 열풍은 대단하다.

오부치 일본 전 수상이 조직한 '21세기 위원회'에서 2000년도에 발표한 "21세기 일본의 구상"중,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맨 먼저 제시하고있는 것이 '영어교육'이라는 사실은 주목해야한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영어선생을 수만 명 채용하여 수년 내로 일본영어교육을 완전히 개선하고, 나이 먹은 층에게도 영어 재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영어를 '제2국어'로 채택하여 일본국민 모두가 일어와 영어를 공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술, 금융, 정보 면에서 세계 우위를 유지하려면 인터냍 시대 세계언어인 영어해득은 필수적이라는 결론이다. 일본을 아는 나이 먹은 세대에게는 일본의 무서운 면을 다시 보여주는 '21세기 구상'이다.

대만은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08년도까지 영어를 공용어로 만들겠다는 계획 하에 2004년 봄 학기부터 영어가 모국어인 영어선생 400명을 우선 초빙하여 시골학교에서부터 먼저 영어교육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해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만으로서는 영어공용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 국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이민 온 소수민족들과는 달리, 70년대 이후 이민 온 한인 동포사회는 같이 모여 살지 않고 도시 교외에 분산해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에 살고있는 한인들 중에는 영어대화를 못하고 살고있는 사람들 숫자가 많다.

특히 영어발음 때문에 자신 없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나라 언어든 말부터 배우는 것이 제 순서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모르는 단어나 말을 들으면 아는 사람에게 몇 번이라도 물어보고, 그 뜻을 알고 들어야 자기 말이 되는 것이다.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보아야 할 때도 영어로 된 사전을 사용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이 좋다.

어느 나라에 이민했던 그 나라 언어를 모르고 살면, 그 나라가 제공하는 기회와 권리의 70-80%를 손해보고 사는 것이다. 영어를 배워 미국 사는 재미도 즐기고 우리 권리도 주장할 수 있어야한다. 영어하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살면서 영어배우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TV에서 라디오에서 직장에서 우리가 매일 듣고 사는 언어가 영어다. 미국에 살 생각이면 젊은 사람이던 노인이던 영어를 배우는 것은 필수다. 어린아이가 말 배우는 순서대로 말부터 배워야한다.

계창호
("미국 이민 이야기" 저자.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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