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한국 이민자들의 미국문화 동화 과정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이주한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나라다.원주민이었던 아메리칸 인디언을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광활한 북미대륙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다른 소수인종의 이민을 막기 위해 이민조항(Immigration Act)을 만들어 한동안(1924-1965) 타민족의 이주를 막았고, 1990년대에는 바바라 복서(Barbara Boxer) 와 다이앤 페인스테인(Diane Feinstein) 같은 정치인들이 소수인종의 미국이민을 반대하며, 멕시코 접경에 국경수비대를 늘리고, 무장 헬리콥터로 24시간 감시를 하도록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아이러니컬하게 미국인들은 미국을 다수 인종이 조화를 이루며 나름대로의 색채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멜팅 팟(Melting Pot) 또는 샐러드 보울(Salad Bowl)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인종편견이 없는 나라라고 주장하는 이중성을 띄기도 한다.
세미 리가 1950년대 다이빙 선수로 활동할 당시의 모습.
특히 한인 이민자들은 입국 이전에 미국이란 나라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 그리고 쾌적한 교육여건을 지녔다고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이민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의견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미국에 도착한 이후 많이 다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차별과 언어문제는 이민자들에게 많은 정신적인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한국인이 미국에서 제일 힘든 일은 언어문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들의 지적 수준과 기술은 백인들과 비교해 현저한 차이가 없지만, 백인 동료들과의 대화와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차별을 받는다.
대부분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았던 한인들도 백인 회사에 취직을 하더라도 적응을 못하고 2∼3년 내에 그만두는 이유도 그러한 맥락이다.
그만큼 언어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14세 이후에 온 이민자들은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언어 습득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14세 이전에 온 사람은 영어를 모국어 정도로 구사할 수 있지만 이후에 온 사람은 완벽한 영어를 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이민 당시의 나이가 미국 적응에 중요한 변수다.
14세 이후 미국에 이민온 이민 1세대 한국인은 미국인 사회에서 활동하기가 어렵고 들어가더라도 전문기술직이나 스포츠, 기악, 성악, 미술 등 문화ㆍ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백인동료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직장에서는 인종과 언어의 벽을 넘기란 사실상 어렵다.
화이트 칼러의 한인들도 코리아타운에서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엔지니어, 증권브로커, 경영컨설턴트 등으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68%에 달하는 대부분의 한인들이 노동직 (Blue Color)에 근무한다는 통계가 있다.
최근 이민자들의 70%가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그중 54%가 한국에서 엘리트 직장(White Color)을 다녔다는 수치에 비해 많은 한인들이 한국에서의 경력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단순노동직에 근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된 직장 선택과, 이상과 다른 현실은 이민자들에게 자아 능력에 대한 자멸감을 준다.
실제 인터뷰에서 만났던 한국에서 교수직, 방송국 아나운서, 그리고 장군 출신으로 각각 미국 뉴욕에서 택시드라이버, 구두수선집, 작은 햄버그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 또한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가발집을 경영하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정신적인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즉 이상과 상반되는 현실상황은 대부분의 고학력자들의 문화 동화(Acculturation)에 많은 어려움을 준다.
미국사회에 적응하는 현상을 문화동화(Acculturation) 현상이라 부른다.
문화동화 현상이란 기존의 문화권과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할 때 개인들의 정신적인 변화 과정을 말한다.
미국에서 높은 소득, 사회적 성취감을 이룬 이민자보다 개인적인 능력이나 성취도를 발휘하지 못한 한인들이 많은 정신적인 변화를 받는다.
이민자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는 정신분석학자 베리(Berry)는 이민자의 기본적인 문화 동화(Acculturation) 현상을 크게 2가지, 즉 미국문화에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이를 다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등분 하면 4가지 그룹이 생긴다.
즉 융합집단(Integration Group), 동화집단(Assimilation Group), 분리집단(Separation Group) 및 소외집단(Marginalization Group) 으로 나눌 수 있다.
융합집단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동시에 좋은 이민자로 이뤄진 집단, 친밀집단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보다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이민자로 이뤄진 집단, 분리집단은 미국에 대한 이미지보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사람으로 이뤄진 집단, 마지막으로 소외집단은 한국, 그리고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모두 부정적인 이민자로 이뤄진 집단이다.
융합집단은 어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들에게서 많이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들은 주로 백인사회에 동화돼 나름대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한국 이민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고국에 대한 자부심도 대체적으로 강하다.
예를 들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찬호, 김병현처럼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한국인들은 미국과 한국사회에서 동시에 인정받으며 나름대로의 입지를 키우고 있다.
또 한국인 2세로 1948년 런던 올림픽,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다이빙 선수로 2연패한 세미 리(Sammy Lee)는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한 미국에서 입지를 굳혔고, 현재도 한미 스포츠 교류를 추진하는 인물로 대표적인 융합집단의 예다.
친밀집단은 국제결혼한 한인들에게 쉽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한인들과의 교류를 피해 코리아타운보다는 백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체로 미국 중부나 남부지역에 거주하고, 특히 한국전 이후 미군 병사와 결혼한 사람들 또는 한국어를 잊어버린 한국인 2세, 3세들이 이 그룹에 속한다.
친밀집단은 미국인과 결혼하거나 가족중 미국인이 있는 가정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영어구사력이 뛰어나다.
다시 말해 주로 코리아타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며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 않기에 고국방문 횟수도 거의 없다.
분리집단은 주로 코리아타운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서 볼 수 있다.
주로 미국 거주기간에 상관없이 영어 구사력이 떨어진다.
모든 사업이나 고객들이 한국사람이고 대체적으로 코리아타운에서 작은 자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에 이주한 사람들 또는 이민 1세대들이 이 그룹에 속한다.
언어 문제로 미국 미디어보다는 한인 미디어를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교류 친구집단이 대부분 한국사람이다.
소외집단은 일반적으로 미국이나 한국에 대해 동시에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는 집단을 말한다.
한국에서의 도피나 사업실패로 미국에 온 이후 잇따른 가족과의 부조화, 지리적으로 이산가족, 미래에 대한 불확실, 작은 소득, 사업 실패, 가정 불화 등이 이주민을 소외집단에 이르게 만든다.
특히 외로움에 지쳐 혼자 미국에 있는 사람이 가족과 온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소외집단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있었던 예를 들어본다.
1970년대 한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A모씨는 국내 회사 중진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끔식 미국에 관광도 다니고, 당시 부유층의 전유물이였던 골프도 치고 살았다.
이후 자녀들의 교육 문제와 평소 긍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이미지로 미국으로 이민을 결정했다.
하지만 입국이후 이전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사회는 냉정했다.
이주 후 뉴욕에서 고급 주택을 구입했지만, 쉽사리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가져온 돈도 바닥나고 끝내 구한 직장은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작은 세탁소였다.
한겨울 어느날, 뉴욕의 길가에서 동사체로 발견된 그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구깃해진 5달러짜리 지폐였고, 이후 그의 가족들은 한국으로 역이민을 했다.
이러한 경우는 소외집단의 극단적인 예다.
가끔씩 비슷한 배경을 가진 한국인들이 미국에 동시에 입국하더라도 코리아타운 거주 여부(Residence area), 미국거주 기간(Length of stay in the U.S.), 영어숙련도(English skills), 성별(Gender)과 같은 변수들이 이주민들을 각기 다른 집단에 속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자 호비(Hovey) 는 이러한 네가지 이민자 그룹이 생기는 이유를 각기 다른 문화동화 현상에 따른 문화충격(Culture Shock)으로 풀이하고 있다.
인종차별, 언어능력, 경제상황, 정신적 스트레스, 실업에 따른 좌절, 적은 임금, 가족과의 불화, 그리고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개인적인 경험이 각각 다른 네가지 문화동화 현상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시카고 거주 한인 상대로 이뤄진 정신분석 실험결과에 따르면 한인의 정신적 고통은 미국 백인의 정신적 스트레스보다 심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일반적으로 분리집단과 소외집단이 많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밝힌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연간 2,447시간으로 세계 1위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 백인보다 26% 그리고 네덜란드인보다는 46%가 긴 것이다.
이러한 한국에서의 노동시간 과중 현상은 비효율적인 관리 체제나 회사 운용으로 아시아의 개발 도상국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인데, 기술이나 자본의 부족을 근면이라는 단어하나만으로 메울려는 우매한 일이다.
이에 비하여 미국은 노동자 1인당 생산성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면서 기타 국가들과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할것이다.
한국의 과중한 회사업무나 노동시간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이나 서방 선진국에 이주를 시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화제를 일으킨 캐나다로 떠나는 이민 상품은 지난달 8월 28일 한국의 텔레비젼에서 첫 방송에 단 80분만에 983명이 상품을 주문했고, 2차 방송에선 이보다 3배나 되는 2935명이 이민 상담을 신청했다.
이후 9월 6일 그리고 7일에 개최한 미국.호주.캐나다 등 10개국 이민 박람회에서는 당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틀간의 행사에 몰린 인파는 1만5천여명이였다.
또한 매년 11,000 명의 한국인이 해외로 이주한다는 통계는 무조건적인 해외에서의 좋은점만 부각되는 현실보다는 이민나름대로의 단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민이라는 것은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탐험이자 부양가족의 미래까지 변화 시킬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민에 앞서 제시한 네가지 문화동화현상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하여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문성준=본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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