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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수면장애-몽유병

San Francisco

2014.06.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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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이란 수면 중에 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에서 침대에서 일어나 걸어 다니는 이상 행위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Sleepwalking이나 Somnambulism이라고 하는데 잠을 의미하는 Somnus와 걷는다는 뜻인 ambulare가 합성된 말이다. 사람은 수면에 빠지면 처음 약 90분간은 뇌파가 느린 비REM 수면을 취한다. 그 다음 단계로 눈동자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뇌파가 급박하게 빨라지는 REM 수면에 들어가면서 꿈을 꾸게 된다. 이 두 가지 수면은 밤새 반복하지만 非REM은 수면 초기에 길고 REM은 수면 후반부에 자주 나타난다. 몽유병은 비REM 수면 시에 발생함으로 보통 잠이든지 처음 1/3에서 자주 경험한다. 반면 꿈은 수면 후반부에 자주 발생한다.

이런 환자는 수면 도중 침대에서 일어나지만 눈을 떴어도 앞을 보지 못하고 말을 걸거나 깨우려고 해도 쉽게 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만일 억지로 흔들어 깨워 놓아도 환자는 그 동안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일단 깨어나면 정신 상태나 행동에는 별 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는다. 정도가 약하면 환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고는 다시 수면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잠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돌아다니고 방밖으로 나가 집안 위 아래층을 돌아다닌다. 사람에 따라서는 용변을 보거나 냉장고를 열고 음식을 먹고 또 말을 주절거리는 수도 있다. 또 가구를 움직여 놓기도 하고 옷을 입었다가 벗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거의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드물게는 잠근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가든가 자동차를 타고 집 밖으로 운전하여 나가는 수도 있다. 보통 짧게 끝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드물게는 환자가 다른 동네에서 자신을 발견하여 당황하기도 한다.

우리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에는 몽유 상태에 있는 사람을 깨우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을 깨우는 것은 전혀 위험한 행동이 아니다. 또 다른 잘못된 상식은 이들 환자들은 몽유병 상태에서 전혀 다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들의 행동은 외면적으로는 자동적으로 보이지만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몽유 상태에서 중심을 잃어 넘어지거나 가구에 부딪혀 몸에 상처를 입는다. 때로는 유리창을 그대로 통과하거나 계단을 잘못 집어서 넘어지기도 한다. 몽유병은 어린이에서 빈도가 높다. 전체 어린이의 10-30%가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몽유병을 경험하는데 남아에서 더 빈번하다. 5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이에서 15%가 발생한다. 수면 부족, 피로, 불안 등이 이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는데 대부분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극복된다.

성인에는 1-5%에서 발병하는데 이 때에는 심리적 요소와 함께 약물이나 알코올 복용, 치료제 부작용 같은 신체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만일 노인에서 몽유병이 처음으로 발생한다면 두뇌 손상부터 의심해야 한다.

몽유병은 그 특이한 현상으로 인해 흔히 문학 같은 예술의 대상이 되어왔다. 19세기 말 영국작가 브란 스토커가 지은 '드라큘라 백작'에서 사람의 피를 먹고사는 백작의 희생자가 되어 흰 목에 두 개의 이빨자국과 함께 서서히 사망하는 여주인공 루시가 몽유병자로 나온다. 더욱 유명한 것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에서 장군의 부인이 몽유 상태로 등장하는 부분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장군인 맥베스는 왕비가 되고 싶은 부인의 사주를 받아 던컨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그 후 죄의식에서였는지 그녀는 밤중에 나체로 촛불을 들고 무대에 등장하여 한동안 손을 비비며 손을 씻는 시늉을 하다가 이렇게 독백한다. “아직도 여기에 피비린내가 난다. 아라비아의 모든 향료를 가지고도 이 손 하나를 깨끗이 할 수 없을 것이다. 오 오 오!”

이 비극을 후에 베르디가 같은 제목으로 오페라로 만들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유명한 몽유 장면에서 맥베스 부인은 “Vegliammo invan due notti"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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