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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비즈니스] 미국서 '다운 거래'는 중범

박원득/부동산 전문기자

한국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접하다 보면 공직 후보자들의 '다운 계약서'와 위장전입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또는 도지사나 시장 군수 등을 뽑는 선거철만 되면 단골 메뉴로 후보자들이 주택매매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자녀 교육을 위해 위장 주소를 사용한 것에 대한 얘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또한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나 지명직 공무원들도 이런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두가지 문제가 항상 말썽이 되곤 하지만 그렇다고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이러한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다보니 합법은 아니지만 불법으로 처벌을 받거나 이것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공직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떤 공직자는 관행상 다운 계약서에 사인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하기도 하고, 부동산 중개인이 시켜서 했다는 사람도 있다. 위장전입은 불법이라기보다는 자식을 위해 부모가 해야 할 도리 중의 하나로 인식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다운 계약서라는 말은 다소 생소하다. 워낙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곳 미국에서는 중범죄로 취급받기 때문에 한국의 다운 계약서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다운 계약서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실거래 가격과 달리 거래 금액을 줄여서 계약서를 꾸미는 것이다. 셀러는 양도세를 줄여서 좋고 바이어는 구입에 따른 취득세율을 낮출 수 있어서 좋다. 양쪽 모두에게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미국에서 다운 계약서는 형법상 어떤 죄목에 처해질까. 세금을 적게 내려는 의도로 작성된 다운 계약서는 셀러와 바이어 모두에게 중범이 된다. 셀러와 바이어가 서로 짜고 거래금액을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만들면 여러 종류의 위법사항이 된다.

우선 국세청(IRS)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걸린다. 자신이 살던 집이라면 싱글의 경우 양도차액 25만달러, 부부라면 50만달러까지에 대해 양도세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보다 많은 금액을 차액으로 가져가는 셀러가 양도소득세를 적게 내려고 바이어와 짜고 다운 계약서를 만들었다면 중범으로 기소된다.

다운 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은 공문서 위조죄도 피할 수 없다. 자금의 흐름에 따라 돈세탁 혐의로도 걸릴 수 있으며 테러 자금으로 위심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한 번의 다운 계약서로 인해 몇 가지 혐의로 적발되는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죄의식 없이 쉽게 시도하기에는 힘든 계약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금 탈세를 가장 부도덕한 행위로 취급하는 미국에서 공직에 뜻을 둔 사람이 이런 행위를 했다면 그는 더 이상 공직의 문을 두드릴 수 없게 된다.

미국도 주소지에 따라 학교가 배정되므로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가짜 주소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집값이 싼 동네에 살면서 학군이 좋은 곳으로 위장 전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사회 지도층인사들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에서 시나 주, 또는 연방의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위장전입으로 문제가 됐던 사례는 없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국에서 쉽게 넘어가는 것들이 미국에서는 중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 이런 것은 단순히 문화적 차이라기보다는 법을 지켜야하는 준법정신의 실종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한국도 경제력과 같은 외양적 발전에만 치중하기보다는 국민 모두가 법을 잘 지키려는 내적 발전도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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