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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가운데서…] 요행(Serendipity)이란

- 아, 요행 만세!

이태상

수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심리에서일까. 우리 모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한가지 개념에 매달리게 되는가 보다.

이 개념을 대표하는 것으로 ‘요행(Serendipity)’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최근 런던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어에서 가장 인기있는 단어로 ‘Serendipity’가 뽑혔다(예수와 돈이라는 단어는 공동 10위).

자, 그럼 이 단어의 뜻과 그 유래를 살펴보자.

저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실론(1972년 스리랑카로 개칭됨)으로부터 세 공주가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잃어버린 낙타를 찾고 있는 남자를 만났다. 오는 길에 낙타를 보진 못했지만 그들은 낙타의 주인 남자에게 물었다. 찾고 있는 낙타가 한쪽 눈이 멀지 않았느냐고, 이가 하나 빠져있지 않느냐고, 다리를 절지 않느냐고. 놀랍게도 대답이 그렇다는 것이었다. 다 사실이라고.

그러자 그 낙타가 등 한쪽에는 버터를, 다른 쪽에는 꿀을 짊어지고 있을 것이고 뿐만 아니라 한 여인이 그 낙타를 타고 있는데 아마도 그 여인은 애를 밴 상태일 것이라고 공주들이 짐작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정확히 알아맞히는 것을 보고 낙타주인이 이 공주들을 자기 낙타를 훔친 도둑으로 몰자 그들은 대답하기를 단지 길을 주시하면서 길 양 옆으로 고르지 않게 풀 뜯어먹은 흔적과 풀을 씹다가 흘린 장소며 낙타의 발자국 모양과 불편한 자세로 낙타를 타고 내린 동작이며 개미와 파리떼들이 몰린 방향을 감지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민속동화에서 하나의 대단한 개념이 싹텄다고 마침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출간된 로버트 K. 머튼과 엘리노바버 공저의 ‘요행의 여정과 모험(The travels and adventures of serendipity)’은 밝히고 있다. 실론의 고대 이름이 세런딥(Serendip)이고 앞에 인용한 동화 ‘세런딥의 세 공주(Three princesses of serendip)’가 영국의 문인 호레이스 월폴에 의해 서구사회에 전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754년 이 ‘엉터리 같은 얘기’를 읽고나서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런디퍼티’란 ‘대단히 의미심장한 단어를 만들어 쓰게 되었노라’고 적고 있다. 그가 처음으로 사용한 이 말의 뜻은 동화속의 공주들이 찾지도 않았던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 방법을 의미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 세런디퍼티란 ‘영리(怜悧)한 우연’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이 단어의 오해·무시·부활·왜곡·찬사·논쟁 등으로 점철된 전설 같은 여정이 시작되었다고 흥미진진하고 재치있게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세런디퍼티의 유래를 추적하고 그 운명을 점치고 있다. 우연한 발견이 과학에 있어서도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고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게 되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뢴트겐은 우연히 사진판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X-레이를 발견했고, 알렉산더 플레밍은 배양된 박테리아에 생긴 곰팡이를 보고 페니실린을 발명하게 되었다고. 그러니 실험실이나 제약회사 등도 우연한 발견을 위해 많은 여지를 남겨둘 수밖에 없다고.

이것이 어디 과학에 한해서랴.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이 ‘요행’이란 요소는 예외적인 것이라기보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필수·필연적인 것으로 순간 순간 우리가 발견, 감사히 누릴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요행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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