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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생로병사의 비밀

조현용 / 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말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의미의 이 말은 인생의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생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생로병사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기쁜 생각이 들지 않는다. 태어난 것은 기쁘다고 할지 모르나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기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바라보니 우리네 인생이 즐거울 리 없는 것이다.

생로병사에 대한 오해는 '노'와 '병'과 '사'에 대한 오해인 셈이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도 다 인생이다. 특별히 나쁠 것도 없다. 늘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꼭 젊음이 좋은 것도 아니다. 자신에 맞는 나이를 살아야 한다.

나이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좋기도 하다. 억지로 젊어 보이려고 하는 노력이 어떨 땐 안쓰럽다. 젊은이들은 나이 들은 이를 가엾게 볼지 모르나 나이 들은 이의 생각도 꼭 그러한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어보면 펄쩍 뛰는 경우도 많다.

아마도 생로병사 중에서 '병'이 가장 부정적인 느낌을 줄 것이다. 늙는 것이나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아프지 않고 늙어가기'를 바라고 '아프지 않고 죽기'를 바란다.

아픈 사람을 보면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그 고통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살면서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으랴. 아픈 것도 인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좌절을 주었던가? 생로병사의 문제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는 아마도 병일 것이다.

죽음도 이별이라는 측면에서 무섭고 떨리는 일이겠으나 그래도 누군가에게나 언젠가는 다가올 일임에는 틀림없다. 사후의 세계에 관해서 여러 말들이 많지만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길이므로 설렘도 있어야 한다. 죽음에 대해서 더 공부해야 할 필요도 여기에 있다.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깊어진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삶의 반대가 죽음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삶과 죽음은 늘 함께 있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언젠가는 죽는다. 그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태어남에 대해서도 궁금함이 많아졌다. 어떤 이는 태어남 자체에 대해서 불만스러워 한다. 어쩌다가 너 같은 것이 태어났을까 하고 다른 이에게 악담도 한다. 하지만 태어남 자체에 나쁜 것이 있을 수 없다. 모든 태어남은 귀하다. '생'이 있어야 '노병사'도 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사가 늘 아리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우리는 남의 탄생을 기뻐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남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생'이라는 말 앞에서 늘 부끄러워야 한다.

우리 앞에 언어 표현은 늘 놓여있다. 사자성어는 아마도 수천 년을 거쳐 우리 삶 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는 흘러 보내면 그저 단순한 소리가 되고 마음에 새기며 담아두면 의미가 된다.

생로병사라는 표현의 의미나 사용에도 다 까닭이 있었을 것이며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언어가 들려주는 깨달음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보라. 생로병사는 결코 나쁜 표현이 아니다. 두려운 표현도 아니다. 우리 삶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함을 보여주는 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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