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인터뷰] 5차원 우주도 시공간의 한계도 그들을 막진 못했다…'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전 세계 관객이 이토록 ‘인터스텔라( Interstellar)'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린 건 1억6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초대형 SF 블록버스터라서가 아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공개된‘인터스텔라’는 놀런이라는 이름에 걸린 기대감을 충족하기에 충분했다.

가까운 미래, 흙먼지에 뒤덮인 지구는 점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전직 조종사인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과학자 아멜리아(앤 해서웨이) 등과 함께 우주로 떠난다.

다른 은하계로 건너가는 통로인 웜홀을 통해 인류의 새 터전이 될 만한 행성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탐험은 예상을 빗나가고, 우주 한복판에서 쿠퍼가 느끼는 고독과 지구에 남은 가족들이 느끼는 불안은 점점 커져 간다.

과연 쿠퍼는 딸 머피(제시카 차스테인)에게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놀런의 SF가 주목하는 건 신기한 볼거리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웜홀 · 블랙홀 · 상대성 이론 · 중력 등 전문적이고 복잡한 과학 지식이 극 중간중간 끼어들긴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감동은 끝까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쿠퍼의 굳센 의지, 바로 가족애에서 나온다.

놀런 감독을 최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났다.

-동생 조나단 놀런과 함께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이 영화의 배경은 우주이지만, 결국 아버지와 자식에 관한 이야기다. 나 역시 3남 1녀의 아버지로서 가족을 심장에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정말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펼치는 SF에 매료되곤 했다. 이 영화는 인류가 머지않아 피부로 부닥쳐야 하는 문제를 그리고 있다.”

-거대한 황사 때문에 인류가 위기에 처한다는 설정을 말하는 건가.

“‘인터스텔라’는 황폐해진 지구에서 농작물을 기를 수 없게 돼, 식량 문제로 인류가 멸망할 거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흙먼지는 그 설정을 시각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다. 켄 번즈 감독의 TV 다큐멘터리 ‘흙먼지 폭풍(The Dust Bowl)'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터스텔라’에서 그린 재앙은 ‘흙먼지 폭풍’의 예견보다 수위를 조금 낮춘 것이다. 현재 인류에 닥친 위기는 ‘인터스텔라’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과학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나.

“지금 내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열 살 때 읽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과학 교양서 '코스모스'에서 익힌 것이 전부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특별히 더 공부하지는 않았다. 일반 관객의 시선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총괄 프로듀서이자 이 영화의 초안을 쓴 우주 공학자 킵 손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론적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음향 효과가 인상적이다.

“스태프들에게 평범한 SF의 음향 공식은 전부 버려달라고 부탁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소리가 아닌, 실제 촬영할 때 나온 소리를 중심으로 음향을 설계했다.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을 직접 세트로 지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면 장면의 강렬함을 압도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촬영 당시 채집한 소리를 극장 스피커가 울리고 객석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믹싱했다. 우주 장면의 정적을 통해서는 우주가 지닌 무시무시한 공포와 긴장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번에도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와 함께 작업했는데.

“시나리오를 수정하기도 전에 한스 짐머를 찾아갔다. 하루만 시간을 내달라고 해서 이 영화의 감성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짐머는 오로지 그 설명만 듣고 이 영화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라는 사실을 모른 채, 몇 곡을 작곡했다. 그것을 토대로 ‘인터스텔라’ 전체의 음악을 만들었다. 오르간과 피아노의 웅장함을 극대화하고 드럼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음악이다. 액션의 긴장보다는 극의 감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명확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영화를 감상하는 여러 태도가 있지만, 제일 기본적인 것은 재미라고 생각한다. 관객이 영화 속 모든 정보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보다 극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오롯이 따라갈 수 있다면, 논리적으로 모호한 구석이 있어도 문제 될 게 없다. 이 영화를 과학적으로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킵 손이 쓴 '인터스텔라의 과학(The Science of Interstellar)'을 읽어보길 권한다.”

-당신의 영화는 재관람율이 높기로 유명한데.

“아주 고마운 일이다.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건 감독으로서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2~3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보통 수십 명의 제작진이 몇 년을 쏟아붓는다.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며 영화의 1분 1초에 담긴 수많은 생각과 의도를 낱낱이 발견해준다면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베벌리힐스=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