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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의 힘!

’붓이 칼보다 강하다‘ 고 한다.

최순봉<노스브룩>

최순봉<노스브룩>

나는 이 말을 글을 통해 ’붓은 황금보다 값지고 훈장보다 명예롭다‘ 는 말로 바꾸려 한다.

그 이유는 붓으로 그린 모양새가 진리 위에 세워지고 진실하게 표현되고 생명을 희망 속에 용해해 붓으로 그린 모양에 담으면 접하는 사람은 생동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내가 근래 시카고 문학 6집 준비를 거의 끝낼 단계에서 돌팔이 같은 문인으로서 느끼는 현실 속의 느낌이고 또 희망이다.

여러 문인들의 작품 속에 작가의 생명이 꿈틀거릴 때 작품이 생명체처럼 사람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 것이란 나의 주장으로 회원들은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결국 문인의 자질과 역량의 최대치를 요구한 것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민 역사에 길이 남을 사료가 될 수 있는 가치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그래서 같은 문인회 회원에게도 작품을 강요하지 않았다.

강요에 의해 창작된 작품은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그런데 참 공교로운 것은 문인들의 가정이 극빈자도 없는 편이지만 부자도 없는 편인데,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장부가 10년 일해서 초가삼칸 집을 마련했지만 한 칸을 겨우 수리해 가족이 쓰고, 한 칸은 벽이 허물어져 바람이 드나들고, 한 칸은 지붕이 헐어 달빛이 스며들지만, 그 집 주위에 강과 산을 둘러놓고 즐기는 심사가 문인‘ 이고 보면, 시카고 문인회원들도 재물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광고주 협조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경우에 따라선 낯이 따가운 꼴을 당하는 때도 있었지만 흔쾌히 수락, 협조해주신 분이 많았다.

그래서 고맙다 못해 ’붓이 황금보다 값지구나 이 값진 붓으로 어떻게 광고주에게 보답할까‘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물론 광고 한 줄 내지 않고도 거금을 협조해주신 몇 분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진다.

이런 나눔은 순전히 이웃을 위한 소혼(燒魂)의 불씨가 됐다.

이런 과정에서 몽당연필로 글을 쓸 망정 구걸은 하지 않겠다는 내 말을 들은 한 선배의 "모난 돌이 정 맞으니 둥글둥글 살라" 고 하는 충고에 아름다운 돌 조각품이 되려면 정으로 쪼임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 말은 정을 맞는 돌은 가치가 있는 돌이며 정을 맞는 문인은 사명을 다하는 문인이란 것을 그 분의 충고를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쓴 글들이 모가 난 것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둥글게 쓰려 했다면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글을 쓸 때는 내 글이 정이 되어 모난 세상을 쪼아 내려한 것이다.


내가 붓이 훈장보다 명예롭다고 한 것은 훈장은 지나간 사건의 표본이지만 창작물은 세상에 공유된 생명이며 슬픔도 기쁨도 현실 속에서 함께 누리는 삶의 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붓은 살인의 모태가 될 수도, 평화의 모태가 될 수도 있지만 붓이 요구하는 살인은 평화를 위한 살인이기에 붓은 강하다.

정직한 붓은 정의를 말하며 진실과 진리를 그릴 줄 알기에 명예로운 생명체며, 문인의 붓은 자연을 사랑하고 현실을 순종으로 극복하는 낙천의 어머니라 삶을 황금보다 풍요롭게 해준다.


나같은 돌팔이 문인이 선배 목사의 묘비에 ’진리를 가르치던 목사‘ ’사랑을 실천하던 목사‘ 란 비문을 써넣어 둔 일이 있다.

이번 메모리얼 연휴에 그분의 묘소를 찾아가 그 비문을 읽고 심히 실망했다.

내가 평소 목사님의 심중을 잘못 읽었단 판단에서다.

만약 비문을 다시 새길 수 있다면 이렇게 새기고 싶었다.

"살았다고 이뤘다고 건방떨고 까불지 마! 여기오면 모두가 내 꼴 나!"
 살아서 이룩한 박사 학위, 목회 성과, 그가 가르친 진리, 베풀던 사랑도, 흙 속에서 침묵하는 것을 본 나의 독백이었다.

나를 지극히 사랑하시던 그는 심지어 내가 흘리는 눈물도 외면하더이다.

그러나 나의 붓은 그런 모든 것을 이렇게 쓰고 그리나이다.

고로 붓을 쥔 사람은 눈물을 흘려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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