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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알다와 알아차리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결국 ‘알아차리다’라는 말 앞에서 마음이 머물렀다. 아잔 브라흐마의 명상에 관한 책 ‘성난 물소 놓아주기’라는 책을 읽다가 알아차린다는 말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우리는 그냥 알았다고 표현해도 될 자리에도 알아차렸다는 말을 쓴다. 아는 것과 알아차리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왜 알아차리는 것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가? 또 궁금함이 한 가득이다.
‘차리다’는 말은 보통 ‘준비하다’는 의미로 쓰이거나 ‘가다듬다’의 의미로 쓰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짐작으로 알거나 방법을 찾을 때도 쓸 수 있는 말이다. 이러한 각각의 의미는 서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닿아있다. 많은 어휘의 경우에 뜻이 여럿이면 항상 그 뜻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뜻 속에 다른 의미가 함께 들어 있기도 하다.
‘상을 차리다’라는 말에는 준비의 느낌이 강하다. ‘한 상 잘 차려 놓았다’는 말은 잘 준비해 놓았다는 의미가 된다. ‘정신을 차리다’의 경우는 흩어진 마음을 바로잡는 느낌이 든다. 정돈의 느낌, 가다듬은 느낌이 든다. ‘차려’를 강조할 때 쓰는 말은 ‘차렷’이다. 군대에서 ‘차렷!’하고 구령을 내리면 차렷 자세를 취하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있으라는 의미다. 반면 ‘쉬어’라고 하면 긴장을 풀고 편히 있으라는 의미가 된다.
알아차린다는 말은 아는 것과는 다른 행위다. 좀 더 살펴보면 알고 이를 준비하고 바로잡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기운을 이해하게 됨을 의미한다. 기운을 짐작으로 이해하고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알아차리다’라는 말은 ‘알아채다’와 바꿔 쓸 수 있다.
‘채다’는 ‘어떤 사정이나 형편을 재빨리 미루어 헤아리거나 깨닫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눈치를 채다, 낌새를 채다’ 등에서 쓰이는 말이다. ‘채다’의 또 다른 의미는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보여 준다. ‘잡아채다’나 ‘채 가다’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세게 잡아당기는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채다’라는 말과 ‘차리다’라는 말을 바꿔 쓸 수 있다는 것에서 ‘차리다’의 적극성과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알아차리는 것은 단순히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관심이 있어야 알아차릴 수가 있다. 누군가에게 들어서 아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지켜보면서,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찬찬히 살펴 가면서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알아차림은 지식을 아는 것과는 달리 지혜를 향하게 된다. 깨달음을 향하게 된다. 진리를 향하게 된다.
명상을 이야기할 때 알아차림은 매우 중요한 행위가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몸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라고 한다. 또한 알아차림을 계발하라고도 한다. 우리가 이런 것을 알아차리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처해 있는 시공간을 이해하고, 내 세포 하나부터 모든 몸짓까지 이해하고 내 마음의 흐름과 멈춤, 사라짐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듯 한 어휘를 안다는 것은 한 단어의 의미만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알다’와 ‘알아차리다’의 뜻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되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갖게 되고, 나와 세상의 주인이 되게 할 수도 있다. 내가 오늘 아침 이 글을 쓰는 이유를 알아차리는 사람이 많아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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