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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내 목소리를 내다

며칠째 와야 하는 비는 안 오고 안개만 잔뜩 끼였다. 지난 주에는 새벽에 일을 가다 안개가 너무 진해서 앞의 신호등이 안 보여 가다보니 빨간 불인데 내가 지나가고 있었다 .내 뒤를 따라서 다른쪽에서 차가 오고 있었다.
그 차는 다른쪽에서 왔으니 신호가 파랑색이라 왔을 테인데 까딱 했으면 길 중앙에서 사고가 날 뻔 했다.이른 새벽이라 차가 많지 않아 뒤에 차가 천천히 왔기에 다행이다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하루종일 햇볕 없는 날을 여러날 지내다 보니 햇볕이 그리워 지려고 한다. 나는 직장에서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서 걷는데 날씨 때문에 한 주나 못 나갔다. 안그래도 찌는 살이 운동을 안하니 더 둔하다. 그래도 같이 일 하는 동료는 내가 안 나가니 같이 쉬는 시간을 보내 좋아한다.

직장에서 지금있는 부서로 옮긴지가 14년이 됐다. 함께 한 시간 만큼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다. 처음에 이 부서로 왔을 때는 나는 말 없이 내 일만 열심히 했다. 하루는 슈퍼바이져의 허락을 받고 오버타임을 할려고 하는데 8시간 채우고 나니까 미국동료가 내 자리로 오더니 내 책상의 불을 끄는 것이다. 그녀는 내가 오버타임을 하지 않고 집으로 가도록 할려고 말없이 행동으로 내게 보여 준 거였다. 나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그런데 부서를 옮긴지도 얼마 안됐고 그녀가 일을 가르쳐 주고 있었던 터라 어떻게 이일을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 만만히 여기고 괴롭힐 것 같아서 그녀에게 " 슈퍼바이져가 일이 있으면 오버타임을 하라고 말했다." 했더니 그 후로는 나에게 먼저 번 부서에서는 어떻게 일을 했냐 물어서 " 나는 내 일을 다른이의 간섭없이 가져다가 내 계획된 시간에 맞쳤다." 했더니 매일 나에게 자기가 일감을 주다가 내가 가져가서 해도 아무말을 안 했다.그때 배운 것이 말을 안 하면 당 할 수 밖에 없다는 거였다.

그녀는 살면서 가까이 동양사람을 접해 보지 못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대로 영어를 못 하는 동양인 이라 생각해서 그런식으로 함부로 대했고 나는 내 목소리를 낸 거였다.

지금은 그 동료와 제일 가깝게 지내고 있다. 오히려 찰거머리 같이 나와 모든 것을 같이 할려고 한다. 그녀는 나를 통해 동양사람에 대해 배우고 나는 그녀를 통해 미국사람의 많은 것을 배운다. 나도 그녀를 잘 알고 그녀 역시 나를 알아서 서로 보완하는 부분도 있다. 그녀는 하기싫은 일을 먼저해 치우기 달인 같아서 그점은 내가 배운다.또 정이 많아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잘 도와서 그점도 배울 점이다. 나이가 무려 20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도 그녀는 나이 든 사람 티를 안 낸다. 에너지도 많고 긍정적인 사람이라 좋다.

안개 많은 곳도 길이 있어서 가는 것 처럼 사람 사는 곳에도 사귐의 길이 있다. 알려고만 하면. 문제는 상대를 통해 내가 좋은 점을 찾고 배울려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렇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그녀가 있어서 즐겁고 그녀도 나를 좋아하니 내겐 복이다. 사람에 대해 항상 문을 열어 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설령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 해도 말이다. 그리고 오래 볼 사람이라면 빨리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계속 안개같은 미로를 걷다보면 시간만 낭비하고 만다. 나를 표현하는 것이 사람 사귐에 지름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구정희 (새크라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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