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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로스앤젤레스'와 '나성'

김남길 USC한국학 연구소장

10월9일은 한글날이다.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것들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라고 누군가 나에게 대답하라고 한다면 나는 한글을 들겠다.

내가 언어학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글 이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로마자와의 비교와 컴퓨터의 자판에서 뚜렷이 볼 수 있다.

우선 한글과 로마자를 간단히 비교해 보자. 두 글자 다 소리에 기초를 두고 있고 글자 수도 한글은 24자 로마자는 26자로 비슷하다. 하지만 배우는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로마자의 모양은 각 글자마다 아무런 연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음과 모음과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필기체와 인쇄체의 구분이 있고 그 위에 대문자 소문자가 따로 있다.

로마자에 비해 한글은 그 모양이 글자와 글자 사이에 연관이 되어 있어 배우기 쉽다. 한글의 쉬움은 글자를 몇 시간 안에 공부하고도 이것을 근거로 하여 금방 글을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음에도 볼 수 있다.

한글의 우수성은 컴퓨터의 자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한글의 자음 모음 구분은 자판의 글자 배열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즉 자판의 왼쪽은 자음 오른 쪽은 모음으로 갈라져 배열돼 글자를 치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속도도 빨리 낼 수 있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 된 것도 한글이라는 우수한 글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이렇게 우수한 글자가 있음에도 아직도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은 한글로 쓸 수 있는 말들은 개발하지 않고 한자에 기반을 둔 말들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

많은 한인들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를 '나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왜 로스앤젤레스를 '나성'이라고 부를까하고 오랫동안 의문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어는 그 단어가 70% 정도가 중국어에서 왔다.

재미있는 것은 국가.도시 같은 고유명사도 중국어에서 쓰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니 원래의 발음과 동 떨어진 엉뚱한 소리로 된 단어가 한국어가 된 것이다.

미국 영국 호주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어에서 미국은 아메리카의 '메(美)'자를 따고 영국은 잉글랜드의 첫 자 '잉(英)'자를 딴 다음 그 뒤에 '궈(國)'자를 부쳐 각각 '메이궈' (美國) '잉궈'(英國)라고 하고 오스트레일리아를 첫자 '오(濠)'를 따고 그 뒤에 '죠(洲)' 자를 부쳐 오죠( 濠洲)라고 불렀다.

그런데 한국어에서 이들 한자를 그대로 받아 들여 한국어 식으로 발음하여 각각 미국 영국 호주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어에서는 원 고유명사 단어에 가깝게 발음된 것이지만 한국어에서는 원 발음과는 아무 관계없는 발음되는 단어가 된 것이다.

'나성'이라는 말도 중국어에서 온 것이다. '나'는 로스앤젤레스의 첫 자에 가장 가깝게 발음되는 '뤄(羅)'에서 온 것이다. 이것은 한국어에서 '나'로 발음되는 글자다. '성'(城)은 중국어에서 '시'라는 뜻인데 중국어 발음으로는 '청'이 된다.

그러니까 국가명에서와 같이 중국어에서는 '뤄청(羅城)'이 로스앤젤레스에 가까운 발음이 되지만 한국어에서는 원 발음과 거리가 먼 발음인 '나성'이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자기의 좋은 한글을 쓰지 않고 한자에 의존하다 보니 이러한 엉뚱한 발음으로 된 단어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한글날을 맞아 이같이 잘못된 단어를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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