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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클럽샌드위치 세대'의 비극

박용필/논설고문

보통 샌드위치는 빵이 두 장인데 클럽샌드위치는 하나를 더 얹어 세 장이다. 아래 층엔 칠면조나 치킨을, 위 층엔 베이컨과 양상추 토마토 등을 넣는다. 샐러드를 곁들이면 한끼 식사로 딱이다.

그런데 왜 클럽이란 말이 붙었을까. 설이 분분하지만 그래도 제일 신빙성 있는 건 도박장 메뉴다. 뉴욕주의 부촌으로 꼽히는 새라토가 스프링스가 발상지다. 19세기 말 이곳 카지노 클럽에서 유래했다고 해서 클럽 샌드위치가 됐다는 것이다.

새라토가는 광천수가 나와 옛부터 리조트로 각광받았던 도시다. 그러다 보니 도처에 도박장이 들어서 외지인들을 유혹했다. 끗발이 오르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자리를 뜨기 어려운 법. 카지노 손님들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식단이 바로 클럽샌드위치다. 하기야 김밥의 원형인 마끼(일본)도 시작은 도박판이다. 먹기 쉽게 여러가지 속재료를 넣어 크게 말은 김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가끔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클럽샌드위치가 사회이슈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즘 우리 '클럽샌드위치 세대'는 아주 피곤해요." 얼마전 읽은 블로그의 타이틀이 호기심을 당겼다. 더러 '샌드위치 세대'는 들어봤는데 '클럽샌드위치 세대'? 다소 생뚱맞은 표현이어서 흥미를 끌었다.

샌드위치 세대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낀 세대'를 일컫는다. 고령화 추세와 출산율 저하가 지속되면서 부쩍 늘어났다. 전형적인 샌드위치 세대는 35~45세. 자녀 1~2명을 두고 부양해야 할 친부모나 배우자 부모가 2명 이상인 경우다.

반면 클럽샌드위치 세대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사이다. 80~90대 부모와 자녀, 그리고 손주들까지 3대를 돌봐야 한다. 이들의 처지가 마치 빵 세개로 이뤄진 클럽샌드위치와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샌드위치 세대가 '낀 세대'라면 클럽샌드위치 세대는 '끼고 또 낀 세대'라고 해야할지.

이들을 때로는 '그랜드 부머(grandboomer)'라고도 한다. 그랜드와 베이비부머의 합성어다. '할아버지(할머니) 부머'라고 할까. 노인이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다 성장한 자식과 손주들까지 챙겨야 하니 이래저래 삶이 고단할 뿐이다.

더구나 자녀 가운데 '키퍼(kipper)'가 있으면 부모는 죽을 맛이다. 알토란 같은 부모의 은퇴자금을 야금야금 털어먹는 30대 자식을 머릿글자만 따 만든 신조어다. 손주까지 달고 집으로 들어오면 그야말로 '얼른 죽어야지' 신세한탄이 절로 나온다. 별의별 용어가 다 등장하는 걸 보면 미국서도 '낀 세대' 또는 '끼고 또 낀 세대'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지 싶다.

혹 복권에 당첨되거나 도박을 해 거액을 딴다면 모를까. 60대 노인이 80~90대 노인을 모시는, 이른바 '노노 부양'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터. 50년 전만 해도 '노노 부양'의 경우가 전체의 4~7%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50%를 훌쩍 넘어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며칠 전 LA한인타운에서 일어난 비극만 해도 그렇다. 병 든 80대 부모와 함께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한 어느 클럽샌드위치 세대의 딱한 사연이다. 여기에 신분문제, 생활고까지 겹쳐 삶의 무게가 두 어깨를 짓눌렀던 모양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한인 남성을 보며 '백세 장수' 시대의 뒷면이 겹쳐져 씁쓸해진다. 무작정 오래 산다고 좋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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