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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일기> 백아절현(伯牙絶鉉)

최혁

목사.뉴저지 포도나무교회

백아(伯牙)는 춘추시대 거문고 연주의 명수였다. 그에겐 종자기(種子期)라는 친구가 있었다. 종자기는 자신이 거문고를 타지는 못했지만 거문고 소리를 듣는데는 명수였다. 백아가 거문고로 산의 모습을 연주하면 종자기가 말한다. "아 좋은 음악이야! 높이 솟은 태산을 보는 것 같구만." 백아의 음악이 강물의 모습을 나타내면 "멋지다! 황하의 물이 흐르는 것 같아." 거문고 타는 백아의 노래 소리를 종자기는 언제나 알아주었다. 그런 친구 앞에서 백아는 늘 기쁘게 거문고를 탔다.

안타깝게 종자기는 병을 얻게 되었다. 시름시름 앓던 병은 점점 깊어만 가더니 종자기는 친구를 남기고 먼저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백아는 자기가 죽는 것보다도 친구 죽는 것을 더 안타까워했다. 드디어 백아가 결심을 한다. 백아는 거문고 명 연주자로 당대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건만 그는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사람들은 왜 백아가 거문고를 타지 않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백아는 말했다. "내 노래를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내가 어찌 거문고를 타겠는가?"

슬픈 이야기다. 그 이후 사람들은 절친한 친구를 잃었을 때 '백아절현(伯牙節絃)'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또한 자기를 잘 알아주는 벗을 지음(知音)이라 하는데 이것도 백아와 종자기의 얘기에서 나온 것이다.

지음(知音)! 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가 잘 나가고 있을 때 내가 남보다 많은 것을 갖고 있을 때 내가 남보다 무언가 잘하는 것이 있을 때 내 주위에는 내 노래 소리를 듣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내가 외로울 때 어려울 때 힘들 때 밤중을 지날 때 내 노래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난 그 때도 노래할 수 있는가? 정말 노래하는 사람은 바로 이 때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내 거문고의 줄을 끊어서는 안 된다. 결코 노래 소리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계속 노래하다 보면 듣는 사람은 나타난다.

송명희라는 여인을 아는가? 그는 날 때 의사의 잘못으로 뇌성마비 환자가 되어 태어났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똑똑한 소녀. 그러나 몸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남들 학교 다닐 때 집에 있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죽을 생각도 해보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랜 시간 그녀는 밤중을 지났다. 우연히 기독교방송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송명희의 인생은 달라졌다. 온몸을 비틀어가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봐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녀는 계속 하나님께 노래했다. 그 시가 발표되고 노래가 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송명희는 뇌성마비 환자이지만 '하나님 왜 날 나으셨나요'라고 절규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을 '공평하신 하나님'이라고 노래한다. 인간적으로 볼 때 전혀 노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큰 사람이다.

다윗은 가장 어려운 밤에 노래하기로 결심한다. 다윗은 노래를 부를 때는 사울 왕의 창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신세였다. 이스라엘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도 적국에 망명가야 하는 처량한 때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짓고 한숨쉬며 살지 않았다. 그는 어둠을 깨고 노래하기로 결심한다. 이 결심이 다윗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유대인들은 아직도 다윗 왕과 같은 메시야를 기다리며 다윗의 별(6각형의 별)을 붙이고 다닌다.

일본의 자살율이 10만명당 24.1명. 세계 최고다. 그런데 한국이 바짝 그 뒤를 좇고 있다. 24명.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우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는가? 혹시 당신이 지금 인생의 괴로운 밤을 지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고 당신 거문고의 줄을 끊지 마라. 하나님 앞에서 눈을 감고 노래해 보라. 처음에는 진땀 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속하라. 반복해서 더욱 큰소리로 힘차게 노래하라. 당신 앞에서 춤추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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