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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말세지말(末世之末)

김 도 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말세(末世)라는 말은 교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임에는 틀림 없지만 기독교 용어는 아닌 것 같다. 그 이유는 기독교에 전혀 무지했던 옛날 어른들이 이웃의 반인륜적 행위를 나무랄 때나 청년 학생들이 본분에 심히 어긋남을 보면 변해가는 세상을 원망하며 혀를 차며 사용했던 용어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사람의 정서 속에 패륜이 곧 말세의 징조로 이해되는 다시 말해 교회의 종말론과 일맥상통하는 언어적 공감대가 있지 않았나 싶다.

며칠 전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PCUSA가 그간의 법률과 전통을 깨고 목사들에게 결혼 및 결혼집례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을 허용한다는 명분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도록 교단 헌법을 개정하였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금껏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고 정의하였던 것을 고쳐 남녀 구별 없이 두 사람의 결합을 정당한 결혼으로 인정하고 주례를 베풀어도 무방하다는 법 개정을 하였다는 말이다.

PCUSA는 1884년 미연합감리교회의 아펜젤러와 함께 한국 땅을 밟은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인 언더우드를 파송하여 지금의 한국 교회를 일으킨 한국과 인연이 깊은 교단이다. 현재 미국 내에만 180만 성도를 자랑하는 최대 장로교단으로 미 전역에 420여 개 한인 교회가 이 교단에 속해 있다. 참고로 PCUSA가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한 첫 교단은 아니다. 이미 성공회.루터교단.그리스도연합교단 등이 벌써 동성간 결혼을 허락한 상태였고 PCUSA가 네 번째로 허용했다. 또 미국 내 두 번째로 큰 900만 등록 교인을 자랑하는 연합감리교단도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특별히 자유주의 경향의 진보교단들이 아니라 오히려 성경의 무오(無誤)성과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대표적 주류 기독교단(Mainline Protestant)들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주가 36개였으나 얼마 전 너마저! 하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바이블 벨트의 주축 같았던 앨라배마주가 37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였다. 이제 미국인 누구도 동성간에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마당에 꼭 이성을 부부로 맞을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많은 젊은 남녀 사이에 번져 유행처럼 된 지 오래다.

문제는 교회다. 교회가 세상의 빛이고 소금이어야 한다. 빛과 소금이 제 역할을 감당 못하니 그릇된 세상 풍조가 세상을 덮어감이 당연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이나 뉴저지도 앞으로 동성결혼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그 이유는 중동부 보수주의 아이콘들인 오클라호마.유타.버지니아.위스콘신.인디애나 등이 연합하여 접수한 동성결혼 금지 청원을 대법원이 전격적으로 기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스페인.노르웨이 등 온 유럽을 거쳐 브라질.아르헨티나 및 남미 지역을 감염시킨 동성결혼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 전역을 향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는 형국이다. 청교도의 순수 신앙에 바탕을 둔 미국 건국정신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성경이라는 말은 헬라어 카논에서 유래되었다. 그 뜻은 곧은 막대기 잣대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 생활의 도덕성과 질서를 규정하는 기준이라는 말이다. 성경에서 결혼을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로 기준을 주었고 부부가 가정의 기본이자 하나님의 올바른 창조질서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남사스럽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였다. 이 말은 혹시 남이 듣거나 볼까 부끄럽다는 뜻이다. 이 고난 주간 예수의 십자가 은혜를 통해 우리의 부끄러움이 가려지고 청교도의 그 순수한 하나님 사랑이 이 미국 땅을 덮고 밀려오는 세상 풍조를 무색케 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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