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같이' 갈 수 없는 세력도 있다
김택규/국제평화포럼 편집위원
역사적으로 이 말을 한미관계에서 처음 사용한 사람은 백선엽 장군이다. 그는 6.25전쟁 초기, 당시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을 만났을 때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최근에 이 말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피습당한 후 그의 트위터에 한글로 이 말을 올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같이 갑시다'는 이제 한국과 미국에게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적 표어가 된 셈이다.
얼마 전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에 '진보와 보수 같이 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린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제목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내용의 일부는 동의할 수 없다. 어느 사회든지 진보와 보수가 서로 비판, 견제, 협력, 보완하면서 '같이' 가야 그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진보적인 민주당과 보수적인 공화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미국 사회는 더욱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진보에 대한 개념이 좀 잘못 해석되고 있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진보 보수 같이 갑시다' 글에서는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자를 '극진보파'라고 표현했는데, 주미 대사를 칼로 공격하는 행동이 그게 과연 진보일까?
그를 진보파라고 부를 수는 없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는 북한을 여러 번 드나들었던 자다. 방어훈련인 한미 연합 훈련을 북한이 사용하는 용어 그대로 '전쟁연습'이라고도 했고, 또 북한의 주장 그대로 천암함 사건의 남북 공동조사를 주장했었다. 김정일 사망 시에는 덕수궁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고도 했다. 그는 과거 일본 대사를 공격한적도 있다. 과연 이런 행동이 '진보적'일까?
진보주의란 무엇인가. 역사가 알론조 험비는 진보주의를 '사회의 현대화로부터 시작되는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 충격, 이슈 등을 아우르는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한국 언론들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친북, 종북, 반미 성향까지 모두를 진보진영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진보에 대한 오도된 해석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사회답게 서로 다른 언어, 풍습, 문화, 사상, 종교가 공존하며 함께 같이 가는 사회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관용적인 나라다. 관용주의(tolerationism)는 미국 정신의 하나이다. 물론 진보와 보수, 좌와 우 등이 모두 같이 가는 사회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함께 갈 수 없는 부류가 있다. 바로 반국가 세력이다.
미국 헌법 제3조, 2381-2391조 등에는 미국에 대해 반역을 하거나, 전쟁을 하거나, 적을 추종하거나, 적을 돕거나, 적에게 위안을 주는 행위들을 반역죄로 규정하고, 그런 행위에는 사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두 '함께 갑시다' 하면서 관용과 포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반국가 세력과도 '같이 갑시다' 할 수는 없다.
만일 진보라는 가면 뒤에 숨어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맹방인 미국을 적대시하고, 반대로 적대 세력을 돕고, 그 적을 추종하며 그들과 손잡고 있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과도 과연 '같이 갑시다' 라고 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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