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단상] '닭고기' 깔보지 마라
한의에선 한약을 먹을때 닭을 피하라고 하지만 보양식으론 으뜸으로 친다. 백숙으로 먹기도 하지만 인삼이나 찹쌀과 각종 약재를 넣고 푹 고은 삼계탕은 여름 한철 더위를 이기는 보약이요 지네를 넣고 고은 것은 약효까지 있어 애용하는 식품 중 하나다.한국의 오지 가운데 하나인 청송 근처 주왕산에 가면 유달리 닭 백숙집이 많은데 그곳 달기 약수로 만든 닭백숙은 식도락가들의 군침을 돌게 한다.
주왕산은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해 신라로 도망온 주왕이 은거했던 곳으로 이곳이 닭요리로 유명해진 것도 바로 주왕의 애인 때문이다.
주왕에게는 아름다운 애인이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통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늘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던 주왕은 어떻게든 그녀에게 웃음을 찾아주려고 갖은 애를 다 써보았지만 허사였다.
어느날 주왕과 함께 식사를 하던 그녀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닭 요리를 먹자 기분이 좋아진 것으로 생각한 주왕은 몸종에게 매일 그녀의 식탁에 닭을 올리도록 했다. 며칠이 지나 주왕은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어난 사랑스런 애인을 만날 수 있었다.
주왕 역시 닭요리를 즐긴 것은 말 할 나위가 없다. 이래서 주왕이 은거한 주왕산에선 닭요리 냄새가 사라질 날이 없었고 오늘날의 주왕산 닭요리의 시원이 됐다는 말도 있다.
닭과 관련해 또 한가지 생각나는 것이 '독계산(禿鷄散)'이라는 정력제이다. 촉나라때 지금의 사천성에 여경대라는 태수가 있었다.
그는 나이 70세에 아이를 셋이나 낳을 정도로 왕성한 정력의 소유자였다. 비결은 바로 그가 늘상 복용하는 환약에 있었다. 환약 복용전에는 허약하기 이를데 없어 부인과의 잠자리마저 피할 정도였던 그가 약을 복용한 뒤부터는 정력남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때문에 태수의 부인은 늙은 나이에 밤마다 시달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하루는 태수가 복용하는 환약을 마당에 내동댕이 쳤다. 마침 마당에서 먹이를 쪼던 수탉이 그 약을 쪼아 먹더니 수탉마저 힘이 솟구쳐 암탉의 등에서 내려오지를 않는 것은 물론 암탉의 벼슬을 쪼아 암탉의 털과 벼슬이 모두 벗겨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이 환약의 이름이 대머리 독(禿)에 닭계(鷄) 즉 닭이 대머리가 될 정도로 정력제라 해서 '독계산'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닭은 우리의 보양식이 되고 정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리에겐 친숙한 가금이다.
닭띠인 새해에는 닭처럼 부지런을 떨어보자. 새벽을 알리는 닭처럼 주류사회에도 이젠 한인사회가 있음을 목청껏 외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이기학.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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