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부터 자동차는 늘 나의 심장을 뛰게 했다. 틈만 나면 자동차에 빠져서 상상의 날개를 폈다. 중년에 접어든 지금도 차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누군가 '왜 자동차가 좋은지'를 묻는다면 딱히 '이렇다'라고 대답할 것은 없다. 그건 아마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이유를 물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생 때 007 영화에서 본 땅에 붙어있었던 것 같던 정말 납작한 하얀색 로터스 에스피릿(Lotus Esprit)이 갑자기 잠수함으로 둔갑하는 것이라든지, 중학교 때에 모델 체인지를 하며 엔진 후드에 금빛 불새를 새긴 채 탄생한 폰티악 트랜스 에이엠(Pontiac Trans-AM), 고등학교 때는 12기통 특유의 엔진과 배기음으로 내 앞에 서있던 페라리 테스타로사(Ferrari Testarossa)의 넓적한 뒷모습, 80년대 초반 영화 '캐논볼 런'에 등장했던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닌 듯한 람보르기니 쿤타쉬의 우주선 같은 모습 등이 나를 더욱 '카 가이(Car Guy)'로 만든 주역들이었다.
특별히 람보르기니(Lamborghini)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다. 람보르기니에서 만드는 자동차 이름의 대부분은 투우사와의 싸움에서 용맹을 떨쳐 전설처럼 불리는 황소에게서 따왔다. 현재 거의 모든 수퍼카의 조상격인 아반타도르(Aventador)는 1세대 쿤타쉬(Countach)와 2세대 디아블로(Diablo)를 거쳐 아우디에 소속된 후에 새롭게 태어난 3세대 무시엘라고(Murcielago)에 이어 탄생했다. 물론 그사이 2007년에는 람보르기니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20대 한정판(대당 가격은 약 160만 달러)으로 선보인 리벤톤(Reventon)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반타도르는 사륜구동으로 6.5L, 12기통 엔진을 신기술 소재 Carbon Fiber의 가벼운 뼈대에 장착하고 690마력의 괴력으로 0-60마일 2.9초, 최고시속 217마일을 자랑한다.
람보르기니를 소유한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지난 11일 롱비치 전기차 경주대회(Long Beach ePrix/Electric Formula Race)를 관람하기 위해서 오랜만에 함께 향할 때에도 그 감동은 변함이 없었다. 람보르기니는 꼭 수퍼카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중앙일보 독자들과 자동차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970년 대 서울의 도로 한복판을 달리던 차에서부터 미래의 차로 불리는 수소 연료 전지차나 전기차, 그리고 수퍼카에 대한 뒷이야기까지.
☞Automotive Enthusiast 이은은=뉴욕의 유명 아트스쿨, 프랫 인스티튜드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장난감 제조업체인 매치박스(Matchbox)에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뉴욕에서 직접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1993년 LA로 옮겨 와 잠시 원단 세일즈를 한 것이 인연이 돼 중·고급 원단업체 맨스필드 텍스타일을 설립, 올해로 19년째 건실하게 경영하고 있다. 2012년 5월에는 오렌지카운티 아시안비즈니연합(ABAOC)이 수여하는 올해의 우수기업인상을 수상했다. 벤틀리의 이상엽 디렉터, 패서디나 아트센터에서 최근 중국 자동차 회사로 이적한 임범석 교수 등 세계적인 한인 자동차 디자이너들과 교류하고, 수퍼카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디자인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
LA한인상공회의소 부이사장과 부회장을 지냈고, LA심포니 이사장, 저소득층 자녀에게 악기를 무료로 가르쳐 주는 비영리단체 '러브 인 뮤직'이사로도 활동하는 등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