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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깨달음] 사랑하기와 미워하기

김재범 목요참선모임 지도법사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들과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인간의 잉태 자체가 관계맺음에 의한 것이요 태어남은 새로운 관계 맺음의 시작이다. 관계맺음이 이리 얽히고 저리 설켜서 이루어지는 것이 인간의 사회생활이다.

살다보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 때로는 너무도 사랑해서 늘 함께 있고 싶은 사람하고는 헤어져야 하고 반대로 정말 쳐다보기조차도 싫은 사람과는 날마다 부딪쳐야 한다. 오죽하면 불교에서는 인간의 '8가지 괴로움(8苦)'가운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과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을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라 하여 생 노 병 사의 4고(苦) 다음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의 괴로움으로 꼽았을까.

인간관계에서 사랑과 미움은 어쩌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보다 근원적으로 말해 사랑과 미움은 둘이 아니다. 사랑과 미움은 인간의 일곱 가지 기본적인 감정(七情 -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두려움(懼) 사랑(愛) 미움(惡) 바람(慾))에 속하는 것으로 인간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자 발로라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흔히 노여움과 슬픔 두려움 미움은 좋지 못한 것이고 기쁨과 사랑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칠정 가운데 기쁨과 사랑만이 좋은 것이 아니다. 때로는 슬퍼하고 미워하는 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일곱 가지 감정을 모두 쓰며 살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기뻐할 때 기뻐해야 하고 슬퍼할 때 슬퍼해야 한다. 사랑할 때는 진실로 사랑하고 미워해야 할 때는 철저히 미워해야 한다.

공자는 "군자는 곧게 하지 무조건 양해하지 않는다(君子貞而不諒)"고 하며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논어 '양화'편에서 공자는 "남의 나쁜 점을 들추는 자를 미워하며 낮은 경지에 있으면서 높은 경지를 비방하는 자를 미워하며 용기만 있고 무례한 자를 미워하며 과감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자를 미워한다"고 했으며 그의 제자 자공도 "주워들은 것을 가지고 아는 척하는 자를 미워하며 불손한 것으로 용기있는 척하는 것을 미워하며 들춰내는 것으로 곧은 척하는 자를 미워한다"고 했다.

그와 같이 미워해야 하는 것은 미워해야 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함부로 미워해서는 안 된다.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이 있다. 공자는 논어'里仁'편에서 "오직 어진 자 만이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고 미워할 수도 있다(唯仁者 能好人 能惡人)"고 했다. 자신이 어질지 못하면서 사사로운 감정으로 미워하는 것은 제대로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이기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어짊(克己復禮爲仁)"이라면 어진 자(仁者)는 자기를 이기고 버린 자이다. 자기 속의 사사로움을 극복하고 이기적 욕망을 버린 사람 그런 어진 사람만이 사람을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질지 못하면서 남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의 이기적 욕망과 소유욕을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자신이 어질지 못하면서 남을 미워하는 것은 자신의 억눌리고 뒤틀린 지배욕과 열등감을 증오심으로 발동하는 것일 뿐이다.

보기만 해도 밥맛없는 그렇게 미운 사람이 있는가? 그러나 어쩌랴! 정작 밥맛이 없는 인간은 그 인간이 아니라 '저 밥맛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바로 자신인 것을. 누가 누구를 미워하고 사랑한다고 하는가? 과연 그럴만한 만한 자격이 있는가? 미워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미워할 것을 미워하는 것 그것은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올바른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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