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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화조구자도

김영희<미술평론가>

명종 때의 문인 어숙권이 지은 ‘패관잡기(稗官雜記)’에 의하면 이암(李巖ㆍ1499~?)은 세종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臨瀛大君)의 증손으로 영모화(翎毛畵)에 뛰어났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암의 그림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는 조선 초기에 독특한 한국적 동물화(動物畵)의 세계를 펼친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 는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따뜻한 봄날 막 피어난 꽃나무 아래에 귀여운 강아지 세 마리가 한가로이 앉아 있다.
세 마리 중에서 검둥이 강아지는 물끄러미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고, 그 뒤에 있는 누렁이는 따뜻한 낮잠을 자고 있다.

그 앞에 있는 흰둥이는 방금 풀벌레를 잡은 듯 입에 뭔가를 물고 강아지 특유의 발장난을 치고 있다.
아직도 시골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강아지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깊은 사랑이 깃든 시각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세 마리의 강아지는 이암의 다른 그림에도 똑같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암이 이 강아지들을 곁에 두고 애정 어린 눈으로 관찰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동물화의 심리 표현에서 단연 독보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꽃나무 위의 가지에도 역시 한가로이 두 마리 새가 앉아서 봄 풍경을 즐기면서 막 꽃 향기를 맡고 날아오는 나비와 벌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이암은 동물 뿐만 아니라 꽃나무와 그 외 풍경도 매우 조화롭게 잘 그렸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그림은 강아지의 천진스러운 눈빛이나 안정된 구도 등에서 매우 평화롭고 따뜻함이 풍겨 나오는 조화로운 분위기가 특징적이다.
나무 밑과 왼쪽 모서리의 바위는 조선 초기 회화에서 흔히 보이는 단선점준으로 처리한 뒤 옅은 녹색을 칠했다.

 강아지는 먹의 농담을 이용한 몰골법으로 부드럽게 그렸지만 뒤의 꽃나무는 구륵법을 써서 잎 하나 하나를 자세히 묘사했다.
화면 오른 쪽 위에 정(鼎)모양의 도장과 이암의 자(字)인 ‘정중(靜仲)’이라는 음각 도장이 찍혀 있다.

이러한 이암의 그림은 김식ㆍ변상벽 등 조선 중기와 후기의 다른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줘 독특한 동물화풍의 그림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의 화풍은 일본 에도 시대 일본 화가인 소타쓰(宗達)와 고린(光琳)에게도 영향을 줬다.

이암은 왕손으로 두성령(杜城令)을 제수받았다.
영모(翎毛)와 화조에 뛰어났다.
송나라 모익(毛益)의 화법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존하는 작품을 보면 이와는 달리 한국적인 정취가 풍기는 독자적인 화풍을 보이고 있다.

또 초상화에도 뛰어나 1545년에는 중종의 어진 제작에 참여했다.
작품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모견도(母犬圖)> 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있는 <견도(犬圖)> 등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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