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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주춤하는‘갱스터 영화’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갱스터를 다룬 영화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가. 다른 예술 장르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들 가운데도 갱스터 영화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영화 탄생 초기엔 갱스터 영화가 없었다. 최초의 주요 작품으로 꼽히는 갱스터 영화는 D.W. 그리피스의 1912년 작 <피그앨리의 총잡이> 다.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때는 10년도 더 지난 1920년대 중반부터이다. 갱스터 영화의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작은 시저> (1930년), <공공의 적> (31년), <스카페이스> (32년) 등은 모두 30년대 초의 작품들이다. 갱스터 영화의 출현은 당시 미국 사회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1920년 금주령이 제정된 이후 범죄조직이 급성장하게 되자, 그들을 소재로 하여 사회 실상을 묘사한 갱스터 영화가 등장하게 되었다. 관객의 호응이 예상 외로 좋자, 많은 영화가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갱스터 영화가 큰 인기를 끌게 된 데는 유성영화의 출현도 큰 역할을 하였다. 영화에 사운드가 도입되면서 총소리, 비명소리 등 청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극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스피디하게 끌어가게 돼, 갱스터 영화가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알 카포네, 하이미 웨이스 등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 속의 갱스터들은 악인임에도 영웅으로 찬미되었다. 한편 영화 속의 갱스터는 자본주의를, 또는 자본가를 은유하는 것이기도 했다. 즉 갱스터 영화의 저변에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30년대 중반 이후 이들의 불온한 경향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면서 검열이 강화된다. 외부 압력에 의해 변할 수밖에 없게 된 이후의 갱스터 영화는 범죄 ‘조직’을 그리기보다는 범죄자 ‘개인’을 대상으로 삼게 되고, 비판의 대상도 사회의 냉대 혹은 부조리 등으로 좁아지게 된다. 이 당시 톱스타로는 에드워드 G. 로빈슨과 제임스 캐그니가 꼽힌다. 갱스터 영화의 전성기는 39년 작 <포효하는 20년대> 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2차 대전 후 새로운 하드 보일드 영웅 험프리 보가트와 E.G. 로빈슨이 대결하는 <키 라르고> (48년)와 <백열> (49년) 등으로 현대 갱스터 영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현실의 얘기’가 아닌 20년대~30년대를 회고하는 복고풍의 갱스터 영화가 돼버렸다. 이후의 갱스터 영화는 범죄기업(syndicate), 강도, 경찰, 감옥 등을 다룬 변형으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67년), <대부> 시리즈 (71년, 74년, 90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84년), <언터처블> (87년), <밀러스 크로싱> (89년), <좋은 친구들> (90년) 등이 대표적인 갱스터 영화들이다.
‘갱스터 영화’와 혼용되는 것으로 ‘필름 느와르 (Film Noir)’가 있다. 50년대 후반 프랑스 ‘카이에 드 시네마’의 비평가들이 헐리우드의 40년대 저예산 B급 영화 중 어두운 (noir) 분위기의 범죄물을 대상으로 발굴하여 탄생시킨 장르이다. 일반 관객이 볼 때에는 갱스터 영화의 일부에 다름 아니지만, 비평가들이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을 기준으로 하여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분야의 대표작으로는 <말타의 매> (41년), <빅 슬립> (46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46년), <악의 손길> (58년), <차이나 타운> (74년), <분노의 저격자> (Blood Simple, 84년) 등이 꼽힌다. 특히 <말타의 매> 는 ‘하드 보일드 탐정영화’(범죄 조직과 외롭게 맞서 싸우는 서부의 사나이 같은 사립 탐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의 효시로도 꼽힌다.
갱스터 영화와 필름 느와르는 변형을 거듭하면서 현재까지 계승돼 80년대의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 (86년), <첩혈쌍웅> (89년)이 대표작)를 낳았고, 90년대엔 <펄프 픽션> (94년), <저수지의 개들> (92년)의 퀜틴 타란티노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97년 이후 헐리우드에서는 판타지와 애니메이션에 밀려 그간 스크린의 마르지 않는 샘이었던 갱스터 영화가 장기간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꼽을 만한 갱스터 영화가 변변치 못했던 우리나라에선 <친구> (2001년) 이후 조폭 영화가 붐을 이루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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