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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회기자의 무비리뷰]우주전쟁

외계인을 만든 것은 인간의 공포였다. H. G. 웰스의 공상과학 소설 '우주전쟁'에는 독일의 침공에 대한 영국인들의 두려움이 깔려있고 냉전시대 영화 속의 외계인은 핵전쟁에 대한 공포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영화속 외계인은 혐오스런 외모와 저항 불가능한 압도적 무력을 갖춘 존재로 묘사된다.

이런 틀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외계인 영화의 하나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다. 스필버그는 아버지가 없는 가정과 외계인의 만남을 생명과 생명의 만남으로 그린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ET의 귀여운 모습은 옆집의 누구와 다를 게 없다.

'ET'를 만들었던 스필버그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에서 공포와 파괴 죽음을 몰고 오는 전형적인 외계인 영화에 합세한다. 82년 'ET' 그리고 2005년 '우주전쟁'의 사이 스필버그 영화의 외계인 묘사가 정반대로 바뀌었다면 그도 시대의 어떤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인가.

그건 9.11 이후의 테러 공포일 것이다. 원작에는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이 화성인으로 되어 있지만 영화에는 이를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계급장도 견장도 없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포에는 정체불명의 외계인이 더 어울릴 법도 하다.

그렇다고 '우주전쟁'에 테러 공포에 대한 깊은 사색이 흐르는 것은 아니다. 영화 제작과 관람에 이 시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긴 했지만 고민이 깊지는 않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시대의 그림자를 배경으로 스필버그는 그 위에 특유의 가족 동화를 쓰는데 규모는 크고 분위기는 어둡지만 마지막엔 동화답게 끝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인물은 3명이다. 별 볼일 없는 항만 노동자 레이 페리어(톰 크루즈) 남매 로비(저스틴 챗윈)와 레이철(다코다 패닝). 레이는 이혼남. 전처 메리(미란다 오토)는 새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다. 전처나 남매의 표정으로 볼 때 레이는 전혀 가정적인 남자가 아니다. 메리가 새 남편의 집을 방문하는 주말 레이는 억지로 남매를 떠안는다. 하필 그 때 무시무시한 외계인이 나타나고 레이는 오로지 아이들과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ET'의 가족이 아버지가 없었던 것처럼 '우주전쟁'의 가족도 아버지는 유명무실하다. '우주전쟁'은 레이가 자식을 보호하면서 아버지가 되는 과정이고 가족을 되찾는 험한 모험이다. 레이는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 그저 생존을 도모하는데 정신이 없는 보통사람일 뿐이다.

컴퓨터 그래픽(CGI)을 동원한 액션과 드라마가 얼마나 잘 결합되느냐는 모든 공상과학 영화의 고민거리다. '우주전쟁'은 두 요소가 무난하게 결합된다. 가공할 외계인의 침략을 점증법으로 끌어가는 스필버그의 호흡 조절은 뛰어나다. 먹구름과 폭풍 번개의 난타에 이어 나타나는 삼각대라 불리는 외계인의 거대한 공격용 기계의 등장. 갈라지는 땅과 건물들. 레이저 빔 공격은 1억3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실감나게 하는 볼거리를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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