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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의 보석이야기] 겉으로 보이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작고 통통한 체구에 개털이 잔뜩 붙은 빛바랜 폴로 셔츠와 카키색 반바지를 입은 70대의 백인 아저씨는 쇼 케이스에서도 유독 값나가는 물건만 골라가며 보여달라고 했다. 아내에게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장식된 팔찌를 쇼케이스에서 꺼내서 보여 줄것을 요구했다. 한눈에도 남루한 모습이 홈리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분이 이런 물건을 살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내키지는 않지만 아내는 다이아 팔찌를 꺼내어 그 분 앞에 놓았고 그는 이곳 저곳 구석 구석을 한참 살피더니 매장의 화려한 조명이 아닌 매장 밖의 자연광 밑에서 물건을 보고 싶다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긴장해서 그 남성을 따라 밖으로 나갔고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옆에 바싹 밀착해 서있었다.

다시 매장으로 들어온 그는 팔찌의 값을 물어보더니 최대한 잘해줄 수 있는 값이 얼마냐고 물어왔다. 정말 이분이 이 팔찌를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떨떠름하게 가격을 불렀더니 그 가격에 사겠노라 하며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것이었다.

고무밴드로 칭칭 감긴 그의 지갑은 쩍쩍 갈라진 가죽에 대체 얼마나 오래된 지갑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도록 낡은 것이었다. 지갑에서 꺼낸 수표는 꾸깃꾸깃하고 달아져 너덜너덜했다.

첫거래라 수표를 받을 수 없으니 신용카드로 지불해 주십사 요청했지만 그는 신용 카드가 없다면서 내일 현금을 갖고 다시 오겠노라 하고 매장을 떠났다. 나와 아내는 그러면 그렇지 하며 물건을 팔지 못해 허탈한 한편 내키지 않는 거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예방했다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았다.

다음날 아침 매장을 오픈하자 마자 어제의 그 백인 남성이 들어서는데 그 뒤로 금발의 푸른 눈동자를 가진 여성이 따라 들어왔다. 범상치 않은 외모도 놀라웠지만 한눈에 봐도 족히 수십만 달러가 넘을 보석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구석 구석을 빽빽하게 치장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밥과 해리엇은 그렇게 우리와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그들과 만난 지 12년이 되었다. 밥은 젊을 때 재정 전문가로 많은 돈을 벌었고 은퇴 후에는 그간 모은 돈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보석 구매를 소일 거리 삼아 하는 사람이었다. 해리엇과는 18세에 만나 사랑에 빠졌고 20세에 결혼해서 수십년을 해로하는 금슬 좋은 부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부부는 내가 가게에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많은 보석을 갖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들의 나이를 정확히 모른다. 알고 싶었지만 밥이 나이 얘기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해서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얼추 짐작해 밥과 해리엇은 80초중반의 시니어들이다.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이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생각된다. 부인인 해리엇을 보지 않고는 밥이 얼마나 부유한 사람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만큼 세상 기준으로 바라보는 밥의 외양은 초라하다. 해리엇은 최고급 독일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지만 밥은 항상 도요타 미니밴을 끌고 다닌다.

우리가 팜 데저트 가게에서 강도를 당했을 때도 제일 먼저 한달음에 찾아와 안부를 걱정해 주었고 작년 코리아 타운으로 옮겨올 때도 누구보다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지금도 이곳 LA까지 우리를 보기 위해 찾아와 주는 두 사람이 있어 13년 팜 데저트 생활이 외롭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밥을 통해 깨달은 중요한 삶의 철학이다.


보석상식13. 다이아몬드의 흠을 제거하는 두가지 방법

일전에 한 손님이 찾아와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반지의 사이즈를 조정하기 위해 수리를 맡겼는데 수리점에서 다이아몬드를 바꿔치기 했다고 노발대발 하면서 문제의 다이아몬드를 보여주시더군요. 다아이몬드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수리한 곳에서 바뀐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흠이 제거된 다이아몬드(Clarity Enhanced Diamond)를 구입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다이아몬드의 흠을 제거하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레이저 드릴링(Laser drilling) : 다이아몬드에 내포해 있는 검은 크리스탈을 레이저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으로 레이저가 뚫어 놓은 미세한 구멍을 발견할 수있다. 이 방법은 영구적인 것으로 외부의 충격이나 고온에 영향을 받지 않아 변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2.프랙처 필링(Fracture filling) : 다이아몬드 안에 생긴 결 속으로 실리콘 재질을 주입해 흠을 없애는 방법으로 외부의 압력이나 고온에 의해 주입된 실리콘 재질이 빠져 나오거나 타버리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위의 손님은 두번째 방법으로 흠이 제거된 다이아몬드를 사전에 보석상으로 부터 알지 못하고 산 경우였습니다. 반지의 사이즈를 다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질을 해야 하는데 불질로 인해 다이아몬드 사이에 넣은 실리콘 재질이 타버린 것이지요. 이로 인해 억울하게 수리상만 욕을 먹게 된 셈입니다. 감정서가 없는 다이아몬드를 살 때는 구입 전 보석상에게 그것이 인위적으로 흠이 제거된 다이아몬드인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HARRY KIM(K&K FINE JEWELRY)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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