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LA 자바시장 의류업계의 위상

한해 매출 40억불...한인상권 젖줄

노동절 연휴 다음 날인 지난 6일 오전 LA다운타운 인근 자바시장.

자바시장 내 한 의류상가에 줄지어 들어 서 있는 한인 업소들의 모습.

자바시장 내 한 의류상가에 줄지어 들어 서 있는 한인 업소들의 모습.

한인 의류상가인 샌피드로 마트에 줄지어 들어 서 있는 한인 의류업소마다 업주들과 타인종 소매상들과의 거래가 한창이다.

“불경기라 하던데 장사가 잘되는 같다”는 기자의 말에 한 업주는 “지난 1년간 주문이 제법 많아 들어와 안심하고 있었는데 막상 순이익을 따져보니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한인상권의 젓줄=자바시장은 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남가주 한인경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해 온 효자산업이었다.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2004년을 기준으로 한인의류협회가 추산한 자바시장 한인 업체들의 매출 규모는 대략 40억달러 정도.

자바시장의 돈이 LA한인타운에 흘러오지 않으면 타운의 서비스업과 금융업이 붕괴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록 자바시장은 지난 20여년간 LA는 물론 남가주 한인경제를 지탱해 준 힘이었다.

한인의류협회에서 발간한 2004년 업소록에 등재된 1266개 업소를 업종별로 분석해 보면 의류 도매 및 제조가 58%, 원단 29%, 부자재 회사 10% 순이다.

특히 90년대 500여개 남짓하던 의류 도매·제조 업체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 800여개에 이르고 있다.


◇격동기의 자바시장=이같은 자바시장의 외형적인 성장에?불구하고 안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그리 녹녹치 않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미국의 대형 의류업체들은 고부가 가치의 신소재와 패션디자인에 눈을 돌려 자바의 추격에 거리를 두고 있다.

전남대 김태기 교수팀이 지난 4월부터 한달간 100여개 자바시장 한인의류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인의류업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인 의류업체가 안고 있는 경영상의 또 다른 문제점은 권리금(key money)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키머니 금지법안(AB533)이 통과됐지만 한인 의류업자들은 여전히 월 매출액의 5~10배에 이르는 권리금을 주고 업소를 인수하고 있다.

또 2002년에는 하청업체인 봉제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청업자인 의류 제조업체에 공동책임을 묻는 AB633이 통과되면서 자바 업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한 업주는 “노동청 소환을 받고 사무실에 가보면 항상 3~4명의 한인 업주들이 똑같은 이유로 불려 와 추궁을 당하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인 의류업계는 심각한 마진 축소로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류협회의 허혜영 사무국장은 “지금까지는 문을 닫는 업소보다 새로 문을 여는 업소가 많았지만 업소록 작성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올해 처음으로 전체 업소 수가 줄어 든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난 한해 동안 전체 업소 중 30% 가량의 간판이 바뀔 정도로 전업과 다운사이징이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자바시장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사양산업으로 주저 앉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가운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자바시장 한인 업주들의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첫번째 변화는 의류를 직접 생산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병행해 가격 경쟁력에서 훨씬 앞서는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 브라질산 수입의류를 취급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주말 동안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매업을 병행하는 업소들도 늘어났다.

주말 장사는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금유통에도 도움이 되고 재고가 빠지면서 새 물건을 받기 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매장 인테리어를 백화점 버금가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연출하는 업그레이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과중한 키머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인 의류업자들이 자본을 모아 의류상가를 세우는 계획도 속속 추진 중이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의류업계 최대 행사 ‘매직쇼’에도 한인 업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년째 부스를 빌려 샘플을 출품하고 있다는 한 업주는 “물건을 만들어 놓고 파는 자바의 시스템이 최근 몇년간 주문을 받아서 생산하는 주류시장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며 “경비가 만만치 않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참가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에서는 대구와 동대문, 자바시장,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섬유산업 동포 경제인들이 ‘한상 섬유벨트 출범식’을 갖고 해외 무역장벽에 따른 공동 대처방안 등을 논의해 큰 관심을 모았다.

최대호 의류협회 회장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섬유한상들과 연계해 상생의 길을 찾는다면 LA의 자바시장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론 파리나 밀라노 같은 특색있는 의류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


자바 한인 업소들
80년초 남미 출신 이주 유대계 빠진 자바 선점

중간 도매상을 뜻하는 자버(jobber)에서 유래된 ‘자바시장’은 오래 전부터 유대계 상인들이 중간 도매 방식으로 옷을 팔던 곳이었다.

한인 상인들이 이 곳으로 흘러 들어 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여년 전.

1977년 무렵 ‘탑 스타일’ 등 한인 의류업소들이 유대인들이 팔다 남은 도매 의류를 헐값에 사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현재 자바 한인상권의 작은 씨앗이 됐다.

부를 축적한 유대인들이 금융업과 부동산업으로 빠져 나간 자리를 지난 81~84년 사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던 남미 출신 한인 상인들이 대체하면서 자바시장은 한인들의 텃밭이 됐다.

초창기 업소 중에서 ‘엠파이어 오브 캘리포니아’(표경만), ‘퍼스트 초이스’(최윤해), ‘핫 & 더 갱’(이경용), ‘라 콜라스’(정홍섭) 등은 아직도 건재하다.

지난 1989년에는 40여명의 자바 상인들이 중앙일보 강당에서 ‘한인의류도매인협회(Korean Garment Wholesalers Association)’를 발족하고 김인씨를 초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대부분의 한인 업소들이 도매는 물론 제조까지 병행하게 되면서 1993년 협회 명칭이 현재의 ‘한인의류협회’로 변경됐다. 또 99년에는 영어 명칭도 ‘KAMA(Korean Apparel Manufactures Association)’로 바뀌었다.

초창기 로스앤젤레스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바 한인상권은 점차 그 규모가 커지면서 샌티, 메이플, 월, 샌피드로 등을 거쳐 지금은 크로커 스트리트까지 동진을 거듭하고 있다.

LA시는 동서로는 메인에서 샌피드로, 남북으로는 7가에서 15가 사이 82개 블록을 ‘LA패션 디스트릭트’로 설정해 놓고 있다.

패션 디스트릭트는 자바시장을 필두로 원단, 봉제, 패턴, 커팅, 부자재, 의류소매, 액세서리, 꽃도매 업종 등이 망라된 거대 상권으로 부상했다.


■ 최대호 회장은
제17대 한인의류협회 회장으로서 800여 자바시장 한인 업주들을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은 본국 정부가 추진중인 한상 섬유벨트 프로젝트가 중국산 제품의 중저가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바시장이 거듭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13~15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렸던 세계한상대회에 참가하고 돌아 온 최 회장은 “내수 위주의 자바시장에서 외국산 의류의 수입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문화와 언어가 생소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세계 각지에 포진한 한인 섬유·의류업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은 자바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